헬리코박터 제균한 여성, ‘좋은’ HDL 콜레스테롤 늘어

입력
2022.07.27 18:32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elicobactor pylori)’를 제거하는 제균 치료가 여성의 ‘좋은’ HDL 콜레스테롤 수치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콜레스테롤은 몸의 세포막을 형성하는 것으로, 수치가 높아지면 혈관 벽에 침전되며 혈관을 좁아지고, 혈액을 끈적거리게 하거나 혈전 생성을 늘린다.

이에 따라 심장으로 가는 혈액이 막히는 심근경색이나 뇌로 가는 혈액 공급이 막히는 뇌졸중 등 국내 사망의 주원인인 중증 심뇌혈관 질환 위험을 크게 높인다.

그러나 모든 콜레스테롤이 심뇌혈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콜레스테롤은 ‘나쁜’ LDL 콜레스테롤, HDL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3가지로 나뉜다.

이 중 HDL 콜레스테롤은 과다한 콜레스테롤을 간으로 보내고 혈관에 쌓인 플라크(침전물)를 청소해주는 ‘좋은’ 콜레스테롤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고 혈중 지질, 지방 성분이 과다한 상태를 이상지질혈증이라고 한다. 이렇듯 신체에 긍정적인 작용을 하는 HDL 콜레스테롤이 낮아도 이상지질혈증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균 치료가 여성에게 H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는 데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주목받고 있다.

김나영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연구팀(제1저자 박재형 소화기내과 전문의)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제균 치료를 받은 1,521명 환자의 대사 인자를 2개월, 1년, 3년, 5년 단위로 추적 관찰하고 성별에 따른 차이를 분석했다.

그 결과, 제균 치료를 받은 환자군 중 여성은 치료 1년 후 HDL 콜레스테롤 수치가 3.06㎎/dL(±8.55) 증가했다. 이는 여성 비제균 환자 그룹에서 1년 후 5.78㎎/dL(±9.22)가 감소한 것과 큰 차이를 보였다.

반면 남성에서는 유의미한 HDL 콜레스테롤 수치 증가가 관찰되지 않았으며, 제균 1년 후 체질량지수(BMI)는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헬리코박터 제균 이후 소화불량 증상이 개선되며 체중이 정상으로 회복되는 긍정적인 효과로 추정된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최근 헬리코박터균이 체내 염증성 사이토카인(cytokine)의 생산과 분비를 촉진해 당뇨병ㆍ이상지질혈증 등 대사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보고가 이어지는 가운데 실제 제균 치료를 받은 환자들의 대사 인자가 개선됐다는 사실을 대규모 임상 데이터를 통해 입증했단 점에서 연구 의미가 깊다.

또한 이번 연구는 제균 치료 이후 대사 인자 개선 효과가 성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는 점에서도 희소성과 가치가 높다.

김나영 교수는 “이상지질혈증 등 대사질환을 가지고 있는 여성이라면 적극적으로 헬리코박터 검사 및 치료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연구 결과는 대한소화기학회에서 발행하는 영문 학술지 ‘거트 앤드 리버(Gut and Liver)’ 최신 호에 실렸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