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을 위한 사회는 없다? 런던 금융가 자본주의의 맛

입력
2022.07.30 10:30
19면
웨이브 드라마 '인더스트리' 시즌1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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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졸업을 한 청춘들이 모인다. 출신 성분이 다종하고 생김새가 각기 다르며 국적이 다양하다. 집결한 곳은 영국 런던 투자은행 피어포인트. 청춘들은 인턴직원으로 일하며 정직원 채용을 꿈꾼다. 살아남기 위해선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다. 그렇다고 싸움만 하지는 않는다. 정보를 교환하고 우정을 나누며 서로 위로를 얻기도 한다. 영국 드라마 ‘인더스트리’는 막 사회에 진입한 청춘의 뜨거운 생존다툼을 직설로 전한다.

①자본주의 정글 속 경쟁과 우정

중심인물은 하퍼(미할라 헤롤드)다. 미국에서 별 볼일 없는 대학을, 별 볼일 없는 성적으로 졸업했다. 유력 집안 출신이 아니기도 하다. 피어포인트의 아시아계 간부 에릭(켄 렁)은 무슨 이유인지 하퍼를 인턴직원으로 뽑는다. 런던에 친구 하나 없는 하퍼의 분투는 그렇게 시작된다.

하퍼의 입사 동기들은 빼어난 인재들이다. 하지만 하나같이 약점을 지녔다. 명문 옥스포드대를 졸업한 훤칠한 외모의 로버트(해리 로티)는 노동자계층 출신에 약물중독자다. 거스(데이비드 존슨)는 부유한 집안 출신으로 명문대를 나왔으나 유색인종에 성소수자다. 야스민(마리사 아벨라)은 부모의 재력이 든든한 배경이나 시리아계다.

②청춘을 옥죄는 갑질과 차별

피어포인트의 사무실은 살풍경이다. 육두문자가 오가고 갑질이 횡행한다. 인턴직원들은 정직원의 커피 심부름과 점심 배달 등 허드렛일에 시달린다. 동시에 참신한 아이디어를 제안해야 하거나 남다른 영업 실적을 올려야 한다. 자본주의의 첨단이자 상징인 금융가다운 면모다.

인턴직원들을 괴롭히는 건 사무뿐만 아니다. 그들의 약점을 악용하는 정직원들이 적지 않다. 성적 농담을 서슴지 않거나 비주류성을 은근히 조롱한다. 억압적인 근무환경에 계급성과 인종차별 등이 포개진다. 큰손 고객은 위력으로 성추행을 시도하기도 한다. 취업이 지상과제인 인턴직원들이 할 수 있는 건 오직 인내다.

③청춘들의 솔직 담백한 삶

인턴직원들은 우정을 나누며 정글 같은 직장 생활을 견딘다. 하퍼와 야스민은 경쟁과 우정의 경계 위에서 서로에게 의지한다. 하퍼는 집이 있는 야스민이 필요하고, 야스민은 하퍼의 영업 능력을 훔치고 싶다. 로버트와 거스는 서로를 경계하면서도 곧 친해지고 함께 산다.

사랑이 빠질 수 없다. 야스민은 동거하는 남자가 있음에도 로버트를 곁눈질한다. 로버트도 야스민과의 밀당이 즐겁다. 고립무원인 하퍼는 즉석 사랑으로 외로움을 달랜다. 거스는 피어포인트에서 재회한 옛사랑과 달콤한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사랑이든 우정이든 치료제가 될 수 없다. 고단한 현실을 견디게 해주는 진통제에 불과하다. 약육강식의 법칙은 그들을 피해가지 않는다. 피어포인트의 한 간부는 이렇게 말한다. “각자 (유리)천장이 있기 마련이야.” 울림이 꽤 큰 대사다.

※뷰+포인트
런던 금융가 젊은이들의 삶을 날것으로 드러낸다. 아슬아슬한 장면이 적지 않다. 기존 방송이라면 희뿌옇게 처리될 대목이 많다. 성기 노출이 예사고, 마약 흡입 장면이 수시로 등장한다. 자본주의 사회의 압박에 시달리는 다종다양한 청춘들을 그리지만 딱히 사회 비판적이지는 않다. 금융가의 모습을 훔쳐보기 하듯 그려내며 청춘들의 여러 사연을 통해 재미를 빚어내려 한다. 2020년 11월 미국 드라마 명가 HBO와 영국 공영방송 BBC에서 동시에 방송됐다. 시즌2는 미국과 영국에서 다음달 공개될 예정이다.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76%, 시청자 62% ***한국일보 권장 지수: ★★★(★ 5개 만점, ☆ 반개)



라제기 영화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