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 코털도 건드리지 마라… 일급 비밀 첩보원의 활약

입력
2022.07.30 10:00
19면
넷플릭스 영화 '그레이 맨'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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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이언 고슬링)는 원래 죄수다. 누군가가 찾아와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한다. 미 중앙정보국(CIA)을 위해 비밀 암살 업무를 맡으면 형기를 줄여 주겠다고. 살인에 ‘소질’이 있는 데다 교도소 생활을 면할 수 있다니 선택은 정해져 있다. 그는 ‘식스’라는 호칭으로 암약하며 CIA의 골칫거리를 해결해낸다.

①정예요원 CIA에 반기를 들다

식스는 18년 동안 음지에서 CIA를 위해 일한다. 여느 때처럼 그는 태국 방콕에서 위험인물 제거 작전에 나선다. 요원 미란다(아나 디 아르마스)가 그를 돕는다. 식스가 임무 완료를 눈앞에 뒀을 때 제거 대상은 자신 역시 비밀요원이라고 고백한다. CIA의 치부가 담긴 자료를 식스에게 넘기며 자신과 같은 처지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식스는 심상치 않은 낌새를 감지하고 잠행한다. CIA 고위간부 카미카엘(레게이장 페이지)은 식스가 중요 정보를 훔쳐 달아났다며 체포에 나선다.

카미카엘이 사이코패스 악당 핸슨(크리스 에번스)에게 식스 제거 임무를 맡긴다. 로이드는 식스가 아버지처럼 여기는 도널드(빌리 밥 소튼)을 이용해 식스를 잡으려 하나 일은 간단치 않다. 식스는 슈퍼히어로 부럽지 않은 전투력을 지녀서다.

②프라하 등 관광명소 종횡무진

영화는 첩보영화의 전형성에 기댄다. 우선 공간 배경의 이동을 들 수 있다. 등장인물들이 세계 여러 관광명소를 오가며 이야기를 펼친다. 체코 프라하와 영국 런던, 독일 베를린, 오스트리아 빈, 아제르바이잔 바쿠, 크로아티아 등 그림 좀 된다 싶은 도시 풍광이 화면을 장식한다.

첩보물에서 야비한 악당은 주인공과 특별한 인연이 있는 인물을 미끼로 쓰곤 한다. 핸슨은 식스가 조카처럼 대하는 클레어를 납치하고, 식스는 분노가 극에 달한다.

③따지지 말고 액션만 즐겨라

이야기의 상투성 때문일까. 영화는 액션에 집중한다. 비행기가 추락하거나 헬리콥터가 격추되는 장면 등 물량 공세가 역력한 장면들이 화면을 채운다. 핸슨의 부하들이 식스와 미란다를 뒤쫓는 프라하 추격 장면은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다. 여러 액션으로 프라하 한복판을 쑥대밭 수준으로 만들어 놓는다. 핸슨의 부하들은 바주카포를 쏘거나 대구경 소총을 맘껏 활용하기도 한다. 차들끼리의 충돌은 예사다. 트램과 차량이 부딪히기도 한다.

액션에 의존하는 블록버스터 대부분이 그렇듯 현실성은 딱히 따지지 않는다. 차들은 달리고, 주인공은 신기에 가까운 몸동작으로 적들을 제압한다. 황당하기는 하나 한동안 넋 놓고 보게 할 정도로 보는 재미가 만만치 않다.

※뷰+포인트
‘레드 노티스’(2021)와 함께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많은 제작비(2억 달러)가 들어간 영화다. 출연진만으로도 돈 쓰임새를 알 수 있다. 라이언 고슬링, 크리스 에번스, 아나 디 아르마스에다 떠오르는 별 레게이장 페이지까지, 할리우드 주연급 배우들이 호흡을 맞췄다. 프라하 도심 액션 장면 역시 만만치 않은 돈이 투여됐음을 짐작하게 한다. 스크린보다 작은 화면으로 본다는 점을 감안해서일까. 안방 관객들의 시선을 붙들어놓기 위해서인지 액션이 필요 이상으로 많다. 넷플릭스가 이전 선보인 ‘6 언더그라운드’(2019), ‘레드 노티스’와 비슷하다. ‘그레이 맨’의 물량 전략은 일단 성공한 듯하다. 지난 25일 온라인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넷플릭스 영화 글로벌 순위 1위에 이틀 연속 올랐다.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48%, 관객 91% ***한국일보 권장 지수: ★★★(★ 5개 만점, ☆ 반개)


라제기 영화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