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 이중성에 대한 한국과 일본의 정책 실험

입력
2022.07.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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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의 노동시장은 내부노동시장과 직업별 노동시장으로 구성된다. 노동시장의 특징도 상대적 비중에 따라 달라진다. 내부노동시장에서의 숙련형성은 주로 기업 내 직무순환과 커리어 경로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직업훈련은 내부노동시장의 기준과 필요에 따라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통용성이 없다. 정규직인 내부자의 숙련에 투자하기 때문에 비정규직 등 외부자를 배제하기 쉽다.

직업별(occupational) 노동시장은 도제제도(직업훈련생인 도제는 기업에서 기능습득)를 통해서 직업훈련이 이루어지고, 숙련의 개발은 표준화된 직업규범에 따라서 직업자격을 획득하는 것을 의미한다. 노동자가 여러 기업으로 이동하여도, 숙련자격은 통용성을 가진다.

내부노동시장과 직업별 노동시장의 구성으로 각국의 노동시장을 특징짓는다면, 독일은 주로 직업별 노동시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직업별 노동시장의 내부화(장기근속의 증가)가 상당한 정도 진행된 경우이다. 영국은 약한 내부노동시장과 약한 직업별 노동시장, 미국은 약한 내부노동시장, 프랑스는 내부노동시장을 특징으로 한다. 일본은 전형적인 강한 내부노동시장형에 속하며 한국은 중간 정도의 내부노동시장형에 속한다. 한일 양국 모두 직업별 노동시장은 취약하다.

각국의 내부노동시장이 1980년대 이후 시작된 경기불황과 저성장경제 이후 축소되면서, 청년 실업률이 높아졌다.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 스페인에서는 도제제도의 갱신을 통해서 직업별 노동시장을 복원하거나 직업별 노동시장과 유사한 기능을 하는 제도를 만들려는 시도가 이루어졌다. 정규직 중심의 내부노동시장형인 한일 양국 역시 버블경제 붕괴와 IMF 위기 이후 내부노동시장을 축소하기 시작했다. 정규직 채용 규모는 축소되고, 비정규직은 확대되었다. 이에 따라 직업계고 출신의 취업률이 크게 하락했다. 일본에서는 청년 실업률이 높아졌고, 프리터(고정된 직업 없이 알바만으로 생계유지)가 증가했다. 한국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나타났다.

한국과 일본 모두 청년 고용문제에 대한 대응으로서 직업학교와 노동시장의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 일본은 ‘일본판 듀얼 시스템’을 2006년에 도입했고, 한국은 마이스터고를 2010년도에 도입했고 일학습병행제를 2014년에 도입했다. 일본은 비정규직의 능력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직업능력의 증명 기능과 개발을 지원하는 잡 카드(job card)제를 2008년에 도입했고, 한국에서도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는 직무은행제를 최근 도입했다. 일본은 2013년부터 표준적인 직무능력평가제도를 구축하는 작업을 시도했고, 한국은 NCS(국가직무능력표준)를 2013년부터 개발하기 시작하였으며, 2016년 이후 자격취득에 필요한 훈련 프로그램의 개발, 관련 직장을 횡단하여 커리어 상승이 곧 임금 상승으로 연결되는 경력 사다리의 구축을 위하여 SQF(산업별 역량체계)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정규직 중심의 내부노동시장제도는 불가피하게 강한 이중구조성을 낳는다. 이 전통적 제도에 이질적인 새 요소들을 투입하여, 내부노동시장의 위축을 보완하는 한일 양국의 정책이 노동시장에 어떤 효과를 나타낼 것인지는 아직까지 예측하기 어렵다. 이들 제도들이 효과를 발휘한다면 정규직 취업을 기다리며 취업과 이직을 반복하는 비정규직 청년들, 구직활동을 하는 경력단절여성들, 조기 퇴직한 중장년 회사원들, 중소 영세기업의 노동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그 귀추가 주목된다.


정승국 중앙승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