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응천 문화재청장이 27일 청와대 활용 방안을 두고 논란이 이는 데 대해 “구체적으로 준비하지 못했던 것을 인정한다"며 "제 불찰”이라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문화재청의 의견을 배제한 채 청와대 활용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이 불거지자 청장이 수습에 나선 것이다.
최 청장은 이날 서울 중구 한국의집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문체부의 청와대 활용 계획에 대해 "문화재청은 본연의 업무를 충실히 할 것이다"며 "(청와대 관리 운영 권한이) 어디로 이관되든 문화재 조사와 지정 등의 활동을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문체부가 청와대를 역사 공간으로 보존하려던 문화재청의 당초 구상과 달리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발표해 문화재청 노조를 비롯해 문화재계에선 비판이 제기돼왔다.
다만 간담회에 배석한 문화재청 관계자들은 부처간 이견 노출을 최소화하려는 듯 청와대 활용과 보존이 동시에 가능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문화재청은 지난달 발주한 '경복궁 후원 기초조사 연구용역'을 통해서 핵심 시설을 파악해 구체적 보존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게 문화재청을 이끌게 된 최 청장은 국립중앙박물관 부장과 동국대 교수를 지낸 불교 미술 전문가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문화재 관리체계를 국가유산 체제로 전환하는 계획도 발표됐다. 문화재청은 국가유산기본법을 제정해 1962년 제정된 문화재보호법을 대체할 방침을 세웠다. 문화재는 유형·무형·민속문화재와 기념물 등 4종으로 분류되는데 앞으로는 국가유산 3종(문화·자연·무형유산)으로 정리된다. 유네스코 등 국제기준에 발맞추는 한편, 재화뿐만 아니라 역사와 정신을 아우르는 '유산'으로 보호 영역을 넓히는 구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