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국 파동에 민주당 책임은 없나

입력
2022.07.27 18:00
26면
검찰 축소하고 ‘공룡 경찰’ 통제는 외면 
경찰위원회 묵살하다 뒤늦게 경찰 편   
여야, 민주적 통제 방안에 머리 맞대야

편집자주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수사기관은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따라 민주적으로 통제해야 한다. 경찰도 다르지 않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이른바 ‘검수완박’ 이후 ‘공룡 경찰’이 된 마당에 통제의 필요성은 더 커졌다. 그렇다고 전국 경찰의 반발과 위법 시비까지 묵살하고 이토록 거칠게 몰아붙일 일은 아니었다. 경찰국 신설 방침을 밝히면서 수사지휘 가능성을 언급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발언은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오해를 사기에 충분했고, 총경들의 집단행동이 12ㆍ12쿠데타라는 여권의 공박은 나가도 너무 나갔다.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든 건 정부와 여당 책임이 크지만 국회, 특히 민주당의 직무유기 또한 묻지 않을 수 없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경찰 수사권이 대폭 강화된 지난해 1월부터 비대해진 경찰을 통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빗발쳤다. 시민사회는 물론 도하 언론이 진영 불문하고 국가경찰위원회 강화를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에 당시 문재인 정부 주도로 경찰위원회 실질화 방안을 추진하는 등 당정청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21대 총선에서 180석의 압도적 다수를 차지한 민주당이 경찰법 개정안을 제출하고 의욕을 보이는 듯했으나, 중립적 위원회를 통한 경찰 통제 방안은 끝내 외면했다.

경찰위원회 강화는 그때나 지금이나 유효한 경찰 통제 방안이다. 우선 행정안전부 소속인 경찰위원회를 국무총리실로 이관하고 차관급인 민간 위원장을 장관급으로 격상시키면 온전한 합의체의 골격을 갖출 수 있다. 행안부 장관이 보유한 경찰청장 임명제청권을 경찰위원장에게 넘긴다면 인사를 통한 실질적 경찰 통제까지 가능하다. ‘문재인 정부의 막강한 여당이 경찰의 민주적 통제를 목표로 경찰위원회 강화를 밀어붙였더라면’ 하는 역사의 가정(假定)이 못내 아쉬울 따름이다.

기대와 달리 이전 민주당 정부는 현상 유지를 선택했다. 청와대 직속의 치안비서관을 통해 경찰을 장악하던 관행을 버리지 않았고 경찰위원회는 계속 들러리로 세웠다. 박근혜 정부에서 정무수석실 소속이던 치안비서관을 민정수석실로 재배치한 데서는 도리어 경찰에 대한 장악력을 강화하려는 청와대의 의도마저 엿보인다. 이쯤 되면 검찰개혁은 검경수사권 조정의 명분에 불과하고 비대해진 경찰을 정권 하수인으로 전락시켰다는 비판을 받아도 별로 할 말이 없을 듯하다.

이랬던 민주당이 뒤늦게 윤석열 정권의 경찰장악을 저지하겠다며 경찰 편을 들고 나섰다. 당 차원의 대책기구를 만들고 경찰 소관 상임위인 행안위에 전력을 집중하고 있지만 영 미덥지 않다. 집권당 시절 외면했던 경찰위원회 실질화 방안을 경찰국 대응카드로 제시한 기자회견 장면은 낯설기까지 했다. 경찰위원회 격상 등 민주적 통제 방안을 담은 경찰법을 행안부와 논의하겠다는 것인데 ‘집권당 때도 못한 법개정이 가능하겠는가’라고 묻지 않을 수 없다. 일부에서는 시행령 개정을 통한 경찰국 신설이 위법이라며 시행령을 견제하는 국회법 개정도 검토하고 있지만, 박근혜 정부의 시행령 파동을 감안하면 현실성이 의심된다.

14만 전국 경찰회의의 자진철회로 최악의 대치국면은 피했다. 전국 회의를 주도했던 경찰이 “국회가 불법적인 경찰국 설치에 대해 입법적으로 반드시 시정해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호소함에 따라 이제 공은 입법부로 넘어갔다. 경찰의 민주적 통제를 외면했던 민주당이 이번에는 다수 야당의 역할에 충실하기 바란다. 경찰 스스로 한발 물러선 만큼 정부·여당 또한 경찰을 포함한 각계 의견에 귀를 열고 수습방안을 모색해야 마땅하다. 권력이 경찰을 장악했던 30여 년 전 참혹한 결과를 여야 공히 잊지 말아야 하다.

김정곤 뉴스부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