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대 출신 청장 앉혀 놓고 '경대 개혁' 외치는 尹정부

입력
2022.07.28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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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국 신설 마무리 후 '경대 개혁' 드라이브
'불공정 인사 해소'가 취지라지만 저의 의심
"장관 경찰대 언급은 갈라치기 의도에 불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경찰대’를 타깃 삼아 경찰 개혁에 시동을 걸었다. 경찰 입직 경로 다양화가 이 장관의 소신이긴 하다. 하지만 시점이 공교롭다. 최근 경찰 내부 반발의 배후에 일부 경찰대 출신이 있다고 믿는 만큼, 불균등한 고위직 인사를 고리로 경찰대와 비(非)경찰대의 대립 구도를 형성해 반발을 무마하겠다는 노림수가 숨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대는 불공정"... 장관 보고하고 대통령 화답

이 장관은 26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특정 대학을 졸업했다는 사실만으로 시험도 거치지 않고 자동으로 7급에 상당하는 경위로 임관하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입직 경로에 따라 공정한 승진 인사와 보직 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라”며 이 장관에게 힘을 실었다.

경찰대 출신이 고위직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건 맞다. 경찰대를 졸업하면 곧바로 경위에 임용된다. 반면 순경 출신 경찰관이 근속승진을 하려면 순경→경장 4년, 경장→경사 5년, 경사→경위 6년 6개월이 걸린다. 27일 경찰청에 따르면 6월 기준 경찰대 출신 인사는 총 3,249명으로 전체(13만2,421명)의 2.5%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고위 간부인 치안감(25명)과 경무관(59명)의 각각 73% 이상, 총경(381명)의 60.3%를 경찰대 출신이 차지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역대 정부에서도 매번 경찰대 개편 방안이 논의됐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경무관 이상 고위직에 순경 출신을 20% 이상 발탁하겠다고 공약하기도 했다.

"경대 출신 청장 앉혀 놓고 개혁 운운 어불성설"

문제는 개혁 방향이 아닌 ‘시점’이다. 하필 경찰국 신설로 일선 경찰들의 반발이 거센 지금 대통령과 장관이 경찰대 개편에 유독 드라이브를 거는 배경엔 경찰대와 비경찰대 출신을 나눠 줄을 세우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 장관은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총경 회의를 주도한 세력을 ‘특정 그룹’이라 지칭하고 하나회에 비유하는 등 경찰대 출신을 노골적으로 불신한다.

게다가 새 정부 첫 경찰청장 후보로 지명된 윤희근 후보자도 경찰대 출신(7기)이다. 초대 청장에 경찰대 출신을 떡하니 앉혀 놓고 경찰대 개혁을 언급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는 의견이 많다.

후보군 입직 경로가 한쪽으로 쏠린 것도 아니었다. 7명의 치안정감 가운데 내년 2월까지 임기가 보장된 남구준 국가수사본부장을 뺀 6명의 출신 성분은 다양했다. 윤 후보자와 우철문 부산경찰청장은 경찰대를 나왔고, 박지영 경기남부경찰청장과 이영상 인천경찰청장은 경찰간부후보 출신이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행정고시 특채고, 송정애 경찰대학장은 순경에서 시작해 치안정감까지 올랐다. 당초 1호 청장으로 비경찰대 출신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왔던 까닭이다.

윤 후보자와 근무한 경험이 있는 비경찰대 출신 A경정은 “윤 후보자야말로 경찰대 출신을 많이 챙긴 경찰대주의자”라며 “그런 사람을 청장에 낙점하고 개혁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B경정 역시 “경찰대 개혁 이슈는 오래돼 정원도 120명에서 100명으로 줄고 그중 50명도 편입으로 뽑는 등 꽤 많은 변화가 있었다”면서 “갑자기 경찰대를 들먹이는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군 사관학교 제도가 수십 년째 유지되고, 판ㆍ검사는 임용부터 4급으로 분류되는 상황에서 경찰대에만 유독 ‘불공정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윤 대통령은 검사, 이 장관은 판사 출신이다. 경찰대 출신 C경정은 “장관 말 한마디에 경찰대 출신은 고위직을 싹쓸이한 부당한 세력이 돼 버렸다”고 푸념했다.

나광현 기자
김도형 기자
김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