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3일 A푸드에서 식당 테이블 위쪽 배기구 수리작업을 하던 노동자 한 명이 사다리에서 떨어져 사망했다. 다음 날 다른 사업장에선 사다리에서 떨어진 노동자 두 명, 트럭과 담벼락 사이에 끼인 노동자가 죽었고, 그 다음 날엔 용접 부위 연마작업을 하다 감전된 노동자와 선박 수밀문 사이에 끼인 노동자가 유명을 달리했다. 이런 식으로 이달 셋째 주까지 노동 현장에서 사망한 사람만 41명에 달한다.
고용노동부는 상시 근로자 수 50인 이상 사업장, 또는 공사대금 50억 원 이상 현장에 대해 산재 사망사고 경보를 발령했다고 27일 밝혔다. 올해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줄어들던 산재 사고가 유난히 이번 달 들어 크게 늘었고, 이 중에서도 50인(억) 이상 사업장의 사망사고 비중이 급증한 탓이다.
고용부에 따르면 이달 21일까지 전체 사망사고는 41건으로 전년 동기(30건) 대비 11건(36.7%) 증가했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는 50인(억) 이상 사업장 사망사고는 23건이나 발생해 전년 동기(8건)의 3배에 달했다. 지난달까지 전체 사망사고(303건) 중 50인 이상 사업장 사망사고(106건)가 35%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이달 들어 그 비중이 56%까지 치솟았다.
이달 유난히 사망사고가 많이 발생한 이유는 짧은 시간 내 작업을 몰아 진행하면서 각종 안전조치 의무가 지켜지지 않았던 데 있다. 특히 건설 현장에서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공기 단축 압박이 심했고, 이 과정에서 안전조치 의무가 간과됐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달 들어 발생한 공사대금 50억 원 이상 사업장 사망사고의 절반이 건설기계·장비를 활용한 적재물 상하차 과정, 기계장비 이동과정 등에서 발생한 것이었다. 작업 반경 내 충분한 안전조치가 있었다면 막을 수 있었던 사고가 대부분이었다.
제조업에서도 휴가철을 앞두고 가동률을 무리하게 끌어올리면서 사고가 늘었다. 단기적으로 사고 위험이 높은 비정형 작업과 운반하역 작업이 늘어난 탓이다. 지난해보다 빨리 찾아온 폭염도 사고 증가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고용부는 현장 불시 점검·감독을 늘리는 등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지만, 통상 업황이 개선되고 작업량이 늘어나면 산재사고도 함께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는 만큼 사업장 자체 관리·점검에 어느 정도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반복적으로 법령을 위반하거나 유해·위험 요인을 방치하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불시 감독을 실시하고, 감독이 끝난 후에도 지속적으로 확인할 것"이라며 "현장에서 안전조치 의무 위반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