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시체육회가 경북도민체전 무산으로 반납해야 할 훈련예산을 임의로 써버린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더구나 훈련할 선수도 없는데 ‘훈련비’ 명목으로 집행한 경우도 있었다.
안동시와 안동시체육회에 따르면 2020년 구미에서 열기로 한 제58회 경북도민체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무산됐다. 이에 따라 체전에 출전할 28개 종목 선수들의 소집도, 훈련도 취소됐다. 체전 출전을 위해 편성해 둔 훈련비는 당연히 반납해야 했다.
하지만 시체육회는 5,000만 원만 반납하고 1억5,000만 원은 ‘훈련비’ 등의 명목으로 다 써버렸다. 28개 종목 사무장 활동비로 1인당 100만 원씩 2,800만 원, 종목별 선수 훈련비로 1억2,600여 만원을 해당 경기단체에 지급했다.
체전 훈련이 아니라 평소 훈련비로 집행할 수 있지 않느냐는 주장과도 거리가 멀어 보인다. 28개 종목 중 동호회가 아닌 엘리트 선수가 있는 경기단체는 축구 테니스 배구 역도 롤러 등 5, 6개에 불과하다. 이들 단체는 선수들이 평소에도 훈련을 하고 있다.
하지만 나머지 종목은 종목단체만 있고 실제 선수는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업팀은커녕 학생부도 없어 체전을 앞두고 학교 체육시간 기록이나 사설체육관 등을 통해 선수단을 구성해왔다. 하지만 2020년은 체전이 취소되는 바람에 선수단 구성 자체가 없었고 체전 대비용 훈련도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던 셈이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시체육회는 28개 종목단체에 적게는 90만 원, 많게는 1,200만 원 총 1억2,700만 원을 지급했다.
훈련할 선수도 없는데 어디에 훈련비가 쓰였을까.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확보한 도민체전 훈련비 사용 정산서에는 특정 업소에서 집중적으로 카드결제가 이뤄졌다. 100만 원이 넘는 건강보조식품도 구입한 사실도 확인됐다.
안동시체육회 이사 A(59)씨는 "매년 상반기에 도민체전이 열리면서 그에 앞서 한두 달 전에 훈련비를 지급하는 관례였으나 체전이 취소되고 예산을 반납할 처지가 되자 이듬해인 2021년 도민체전 훈련비로 정산했다”며 “지난해에도 별도의 체전참가 훈련비가 지급됨에 따라 하나의 체전에 두 번 훈련비가 집행되는 아이러니가 연출됐다”며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도내 23개 시ㆍ군 중 안동시처럼 훈련비를 이중 집행한 곳은 전무했다. 반납하거나 별도의 사업에 예산을 집행했다.
당시 일부 이사들이 부당한 집행이라고 이의를 제기했으나 묵살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안동시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구미시에서 개최 예정이던 도민체전이 무산되면서 평소 도민체전 참가를 목표로 열심히 노력한 선수나 팀 사무장들에게 조금이라도 위로를 하기 위해 카드로 훈련비를 지급했다“며 ”총 예산 2억 원 가운데 남은 4,500만원의 예산은 반납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