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내달 2일 출범하는 경찰국에 사실상 비(非)경찰대 출신 인사를 수장으로 앉히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행안부 통제안에 반발해 확산 중인 일선 경찰관들의 집단행동을 경찰대 출신이 주도했다고 보고, 경찰 조직구조 개편의 근거로 삼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26일 경찰국 신설 방안을 통과시키는 등 강행 처리 방침을 고수해 현장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 장관은 이날 대통령 업무계획 보고 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 참석해 “경찰국장 후보로 다양한 입직경로를 고려하고 있다”며 “종전처럼 어느 한쪽 출신이 주요 보직을 다 차지하게 하지는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업무계획에 담긴 ‘경찰대 개혁’과 관련해 “경찰대를 졸업했다는 사실만으로 경위부터 출발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 불공정한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임관제 자체에 대한 수술도 시사했다.
이 장관의 발언은 겉으론 특정 입직경로의 특혜를 없애겠다는 취지지만, 경찰 반발의 구심점으로 점찍은 경찰대 출신 간부들을 옥죄어 저항 동력을 약화시키겠다는 노림수가 숨어 있다. 앞서 23일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한 책임을 물어 대기발령된 류삼영 총경(4기)과 30일 경감ㆍ경위급 팀장회의를 전체 경찰회의로 확대하겠다고 예고한 김성종 서울 광진경찰서 경감(14기) 모두 경찰대를 나왔다. 그는 취임 후 줄곧 경찰대 출신이 고위직 95%를 독점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조직구조 혁신을 공언해왔다.
전날 총경 회의를 ‘12ㆍ12 쿠데타’에 비유하고 강한 법적 대응까지 언급한 이 장관은 이날도 전혀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특정(경찰대) 출신들이 집단행동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대단히 적절치 않다”면서 “경찰국이 어떤 조직인지 알아볼 생각도 없이 부화뇌동식으로 한쪽으로 몰리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고 생각한다”고 재차 경고했다.
경찰 통제안이 시행령이라는 최종 관문을 통과한 만큼, 더 이상 타협과 설득이 불필요하다는 판단도 강성 발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경찰국 신설 내용이 담긴 시행령 개정안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이 장관이 5월 초 경찰 통제안 마련을 주문한 지 두 달 남짓한 기간에 자문회의와 최종안, 여론수렴, 시행령으로 이어지는 관련 절차를 다 밟은 '속도전'이었다. 행안부는 “국민의 권리ㆍ의무나 일상생활과 직접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논리를 들어 통상 40일인 입법예고 기간을 나흘로 대폭 단축하기도 했다.
이날 오후에 열린 대통령 업무보고에서도 이 장관은 경찰국 신설을 ‘경찰 운영 정상화’로 규정하고, 이달 15일 발표한 ‘경찰제도 개선방안’을 그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보고 후 브리핑에서 ‘갈등 봉합에 대한 대통령의 추가 설명이 있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일선 경찰의 동요를 신임 경찰청장 후보자 및 간부들과 잘 의사소통해서 현명하게 수습하라는 취지로 받아들였다”며 내부 반발로 사면초가에 몰린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를 두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