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 생각난다면 아빠는 잘 있단다."
26일 오후 3시쯤 서울 종로구 낙원동 모두의 극장(옛 허리우드극장)에서 가수 현숙은 노래 '오빠는 잘 있단다'를 '아빠는 잘 있단다'로 바꿔 불렀다. 새로 바뀐 노랫말의 주인공은 바로 '국민 MC' 송해. 이날 송해 49재를 맞아 기획된 추모 공연에서 만난 현숙은 "아빠가 하늘에서 '잘 있다'고 말해주실 것 같아 이 노래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KBS '전국노래자랑' 등을 통해 송해와 오랫동안 연을 맺은 현숙은 그를 "아빠"라고 불렀다. 공연 전 현숙은 송해의 단골 백반집에 들러 고인이 즐겨 먹었던 된장찌개를 먹고 이 무대에 올랐다.
송해는 지난달 8일 세상을 떠났지만 대중문화계 후배들과 시민은 여전히 고인을 잊지 못했다. 현숙을 비롯해 조영남, 배일호, 조항조 등 가수를 비롯해 이상벽, 김성환, 이용식, 심형래 등 후배 방송인들 12명은 송해 49재 추모 무대에 올라 200여 관객들과 고인에 대한 추억을 나눴다.
2018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연지곤지를 찍고 송해와 전통 혼례식을 가상으로 치른 전원주는 이날 추도사를 읽다 결국 눈물을 쏟았다. 행사장에서 만난 전원주는 "가상 결혼한 뒤 송해 선생님이 '마누라 마누라'라고 부르면서 '올려다보지 않아서 마음에 든다'고 농담하셨다"며 "그날이 아직도 기억에 난다"고 말했다. 송해와의 추억을 들려주던 전원주의 눈가는 다시 촉촉해졌다.
송해는 영정 사진을 통해 무대 중앙에서 환하게 웃고 있었다. 무대 오른쪽 스크린엔 송해가 자신의 이름을 딴 송해길에서 진행하던 '청바지(청춘은 바로 지금)' 축제 영상이 내내 흘러나왔다. 영상에서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미스 트롯2'에 출연해 얼굴을 알린 김다현과 함께 얘기를 나누던 송해의 얼굴엔 인자한 웃음이 가득 번졌다.
지난달 10일 송해의 발인 날엔 비가 왔지만 이날 49재 추모 행사장 밖엔 볕이 쨍쨍 내리쬐고 있었다. 행사장을 찾은 김모(81)씨는 "송해 선생께서 하늘에서도 즐거움을 나누고 편안하게 지내 이렇게 해가 쨍한 거 같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일부 관객들은 5,000원을 기부했다. 기부금은 독거노인들을 위한 미끄럼방지 매트 구입에 쓰인다. 송해 49재 추모 행사를 기획한 김은주 추억을 파는 극장 대표는 "송해 선생이 화장실에서 미끄러져 갑자기 우리 곁을 떠나 선생님의 뜻을 잇는 취지에서 화장실 낙상 사고를 막기 위해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한국 대중문화의 산 역사였던 송해의 49재는 경기 용인 무진선원과 경북 청도 용천사에서도 각각 봉행됐다. 용천사에선 독실한 불자였던 송해가 생전에 작사와 작곡에 참여한 '인생은 다 그런 거란다'란 노래가 울려 퍼졌다. 한 번뿐인 인생, 발 동동 구르지 말고 살아가라는 위안의 노랫말이 실린 곡이다. 지거 스님은 "송해 선생님이 이 곡을 부른 뒤 2022년 부처님 오신 날 이전에 새 곡을 내놓기로 했는데 안타깝게도 유작으로 남아 고인에 대한 헌정곡으로 바치게 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