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습 특혜 논란 '민주유공자법', 대입·취업 혜택 있지만 기존 국가유공자법과 같은 수준

입력
2022.07.2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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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운동으로 사망하거나 행방불명 또는 장해 판정을 받은 것으로 인정된 이들을 국가유공자로 예우하는 민주유공자법 제정을 놓고 여야가 엇갈린 주장을 내놓고 있다. 여당은 "운동권 자녀를 위한 현대판 음서제도"라고 비판하는 반면, 야당은 "4·19나 5·18 희생자가 유공자로 예우받는 만큼 전태일, 박종철, 이한열 열사 같은 민주화의 상징적 인물도 유공자 지정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이미 시행 중인 다른 국가유공자법의 지원 수준과 다를 게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2년 전에도 민주유공자법을 추진하다가 여론의 반대로 철회한 적이 있다. 과연 민주유공자법은 여당 주장대로 운동권 출신 의원들의 셀프보상법일까. 그리고 교육, 취업, 의료, 요양, 대출 등 광범위한 특혜를 보장해 운동권 출신 자녀가 대물림 혜택을 받게 하는 걸까.


① 운동권 출신 의원들의 셀프 보상법이다? (X)

법을 발의한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논란이 커지자 지난 20일 "국회의원 아무도 (민주유공자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셀프보상법이란 말은 저희에 대한 모독"이라고 말했다. 운동권 출신이 많은 민주당이 스스로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입법을 추진한다는 세간의 시선에 대한 반박이다. 우 의원 주장은 대체로 사실에 부합한다. 민주화운동관련자명예회복및보상심의위원회에서 보상 대상으로 의결된 829명은 그대로 민주유공자법의 대상이 되는데 민주당 의원은 한 명도 없다. 다만 본보가 확인한 결과, 현직 국회의원 중에선 배진교 정의당 의원이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보상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배 의원은 26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만약 민주유공자로 인정된다면 당연히 (지위를) 내려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② 운동권 자녀가 대물림 혜택을 받는다? (O)

민주유공자법은 다른 국가유공자법의 유공자 자녀 지원책을 그대로 담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 주장처럼 '대입 특별전형 신설' 등의 조항은 없다. 다만 연세대나 해군사관학교 등 다수 대학에서 자율적으로 '유공자 전형'을 실시하는 만큼, 해당 전형에 지원할 조건을 갖출 수 있다. 또 민주유공자법은 전국 초·중·고교에 학년별 학생 수 3% 내 범위에서 자녀의 취학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민주유공자 자녀가 외국어고 등 특목고 입학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물론 다른 국가유공자법도 같은 수준의 혜택을 담고 있다.

이 밖에도 민주유공자와 그 자녀는 국가기관이나 지자체, 직원이 20명 이상인 공·사기업의 채용시험을 치를 때 5% 내지 10%의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전체 선발인원의 30%를 초과할 수 없도록 제한을 뒀다. 아울러 민주유공자와 그 자녀는 경쟁률이 낮은 특별 공급 주택에 지원할 수 있고, 주택 분양 또는 임차, 구입에 있어서 연 1.4% 저리 대출도 가능하다.


③ 민주유공자법으로 수혜를 보는 대상이 적다? (△)

공정 논란이 커지자 민주당은 수혜 대상자가 적다고 반박한다.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24일 "다들 초년에 돌아가신 분들이라 자녀도 많지 않고 (자녀가) 있다 해도 취학 연령이 아니라 취학지원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에 따르면, 민주화운동 사망자 136명 중 기혼자는 29명이며 30세 이하 자녀가 있는 경우는 1명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31세 이상 자녀다. 다만 민주화운동으로 장해 판정을 받은 부상자로 범위를 넓히면 얘기가 달라진다. 현재 부상자 수는 693명으로 집계된다. 이들의 자녀 수는 법을 발의한 우 의원 측도 정확한 집계를 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전체 민주유공자 수는 829명으로 5·18유공자(4,417명)나 독립유공자(8,558명)에 비해 적기는 하다.

우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