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못 믿을 푸틴… 약속 하루 만에 우크라 곡물 수출항 폭격

입력
2022.07.24 18:45
17면
세계 식량가격 급등세 당분간 이어질 듯
국제사회, 러시아 비난·약속 이행 촉구 
러시아, 공격 사실 발뺌하다 뒤늦게 인정
러시아 "군사시설 타격" 강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흑해 항로를 통한 곡물·비료 수출에 합의한 지 하루 만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출항을 폭격했다. 항구 주변에 묶여 있는 곡물 수천만 톤의 수출이 다시 불투명해지면서 세계 식량 가격 폭등이 잡힐 것이란 기대가 무너지고 있다.

국제사회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판했고, 러시아는 발뺌하다 뒤늦게 공격 사실을 인정했다. 푸틴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성이 또 한번 전 세계를 쥐고 흔든 셈이다.

안전항로 통해 우크라 곡물 수출 길 열기로 해놓고...

우크라이나 남부 사령부는 "러시아군 칼리브르 순항미사일 2발이 23일 흑해와 접한 우크라이나 남부 오데사의 기반 시설을 타격했으며, 다른 2발은 방공망에 격추됐다"고 공개했다. 인명 피해를 비롯한 구체적 피해 규모는 발표하지 않았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튀르키예(터키)·유엔이 22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만나 '흑해를 통한 곡물 수출 협상안'에 서명한 지 하루 만이다. 유엔이 제안한 협상안은 흑해에 안전 항로를 마련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곡물ㆍ비료의 수출 길을 열자는 내용이다. 흑해 수출항은 러시아 군함과 우크라이나의 방어용 기뢰로 막혀 있다. 곡물을 실은 선박이 이스탄불에 설치될 '4자간 합동조정센터(JCC)'에 들러 무기나 위험물질을 실었는지를 검사받게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오데사 공습으로 합의가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JCC 설치부터 불투명하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는 당장의 곡물 수출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합의가 이행된다 해도 유효기간이 120일이라는 한계가 있다. 합의 갱신 때마다 푸틴 대통령의 '결단'을 얻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흑해 주변 묶인 우크라 곡물 수천만 톤 제자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초래한 세계 식량 가격 급등세는 당분간 꺾이지 않을 전망이다. 러시아가 합의를 지키지 않는 한 밀, 옥수수, 보리 등 2,000만~2,500만 톤 규모의 우크라이나 곡물이 세계시장에 풀리기 어렵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를 비난하며 약속 이행을 촉구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무슨 약속을 하든 지키지 않을 방법을 찾을 거란 점을 입증한다"고 비판했다. 남부 작전사령부는 "러시아 군은 한 손으로는 계약을 체결하고 다른 한 손으로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고 했다.

"국제법 무시" 비판에 러시아 "군사시설 타격한 것"

국제사회도 푸틴 대통령의 표변을 난타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러시아를 규탄하며 "식량난에 처한 전 세계 수백만 명 사람들의 고통을 덜어주려면 완전한 약속 이행이 필수"라고 촉구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러시아가 약속을 충실히 이행할지 심각하게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고,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 대표도 "국제 법과 약속에 대한 러시아의 완전한 무시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오데사 폭격을 뒤늦게 인정하면서도 "군사시설 타격 목적이었다"며 합의 파기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24일 "오데사항의 군사 기반시설을 파괴하고 우크라이나군 경비정을 침몰시켰다"고 말했다.

김청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