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규제 혁파' 과제 450개 추려... 국정기조 반전 카드 뽑았다

입력
2022.07.2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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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총리실이 민간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각종 규제 혁파를 위한 450개 상당 '규제개혁 과제 목록'을 완성했다. 윤석열 정부가 약속한 민간주도 혁신성장을 위한 과감한 규제 개혁 실현을 위한 작업에 본격 착수한 것이다. 정부 출범 두 달여 만에 지지율 하락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규제개혁을 앞세워 국정기조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총리실은 최근 각 부처로부터 즉시 없앨 수 있는 규제개혁 과제 450여 개를 제출받고 목록화 작업을 마무리했다. 정부 출범 후 각 부처가 '탈(脫) 규제'에 팔을 걷어붙이고 과제 선정에 나선 결과다. 총리실 관계자는 24일 "각 부처별로 당장 개혁이 필요한 과제를 보고받고 조속한 추진이 가능한 것부터 추렸다"며 "부처들이 속도를 내서 일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과제들은 이르면 이달 말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시급한 경제위기와 '여소야대' 의회 구도를 감안해 시행령과 시행규칙, 고시 등 법 개정이 필요 없는 규제부터 손보겠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규제개혁 움직임에 여당도 적극 호응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당내 '규제개혁추진단'을 통해 민간 측의 견해를 적극 반영한 규제개혁 대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정부의 마련한 규제개혁 과제와는 별도로 민간 업체로부터 애로사항을 직접 청취할 계획"이라며 "기존 규제에서 우선적으로 헐어낼 부분이 무엇인지 각 상임위 간사, 전문위원, 업계 관계자와 촘촘히 살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각 산업 및 지역별 현장간담회를 열고 각종 규제가 민간 경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해 정부의 정책 기조인 '민간 주도 경제'를 지원하려는 취지다.

정부·여당이 규제개혁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최근 심상치 않은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있다. 탈북 어민 강제북송 사건 등 전 정권 때리기에 치중하면서 민생 경제를 등한시한다는 지적을 반전시킬 카드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규제개혁은 윤석열 정부가 내세운 국정과제 목표인 만큼 '초심'을 강조하면서 보수 결집에 나서겠다는 의도가 반영된 셈이다.

규제개혁과 함께 연금·노동·교육 개혁 등 3대 개혁 과제 추진을 강조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윤 대통령은 22일 장·차관 워크숍에서 3대 개혁 과제와 관련해 "국민이 우리 정부에게 명령한 사항"이라며 과단성 있는 추진을 강조한 바 있다. 국민의힘은 당내 최다선(5선)인 주호영 의원을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내정했고, 권성동 원내대표 겸 당대표 직무대행은 지난 21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교육감 직선제 재검토 가능성을 시사하며 정부와 보조를 맞추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국정 지지율 하락 위기를 '윤석열표 개혁'으로 극복하겠다는 일종의 출구전략"이라고 말했다.

김민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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