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국, 역사적 퇴행" 초유의 경찰서장 회의...경찰청 "엄정조치"

입력
2022.07.23 19:29
23일 '경찰국 신설' 반대 전국 서장 회의 
189명 참석 357명 '무궁화 화환' 보내  
경찰청 "복무규정 위반 여부 검토할것"

전국 총경급 경찰관들이 23일 경찰청장 후보자 등 수뇌부의 만류에도 사상 초유의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열고 행정안전부가 추진하는 '경찰국 신설'이 부적절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회의에 온·오프라인으로 직접 참석한 총경은 189명이었으며 전체 총경의 과반수를 넘는 357명이 회의 취지에 공감하는 화환을 보냈다. 총경은 일선서 서장을 맡아 수사 등 실무를 지휘하는 경찰 조직 핵심 인력으로 조직 내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찰청은 이번 회의 참석자에 대해 복무 규정 위반 여부를 검토해 엄정 조치하겠다고 밝혀 갈등이 고조될 전망이다.


총경급 경찰 간부들 "경찰국 신설, 역사적 퇴행"

이날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회의에는 전국 총경급 간부 600여명 중 56명이 현장에, 133명은 온라인 화상 회의 시스템을 통해 참석했다. 총경 357명은 경찰을 상징하는 '무궁화 화환'을 회의장으로 보냈다. 이번 회의를 제안한 류삼영 울산중부경찰서장(총경)은 오후 6시쯤 회의가 끝난 직후 기자들과 만나 "화환으로 동참 의사를 표한 총경들을 감안하면, 전국 총경의 과반수 이상이 이번 회의에 뜻을 같이 한 것"이라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경찰국 설치와 지휘규칙 제정 방식의 행정 통제는 "역사적 퇴행"이라면서 부적절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류 서장은 "경찰국 신설을 찬성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면서 "(행안부가 경찰국 신설을 강행할 경우) 우리가 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저지) 노력을 계속해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선 △법령제정 절차를 당분간 보류하고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숙고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 △국민·전문가·현장 경찰관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미흡했다는 점에 대한 비판 △국민의 통제를 받는 경찰로 개혁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에 대한 논의도 나왔다. 류 서장은 "오늘 논의 내용을 적정한 절차를 통해 경찰청 직무대행에게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향후 진행할 법적·제도적 대응 계획에 대해선 "아직 (경찰국 신설이) 진행 되지 않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이르다"고 했다.

경찰청, 회의 도중 "엄정 조치" 경고 VS "휴일에 모인 것 문제 전혀 없다"

경찰청은 이날 회의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입장문을 내고 "국민적 우려를 고려해 모임 자제를 촉구하고 해산을 지시했음에도 강행한 점에 대해 엄중한 상황으로 인식한다"며 "복무 규정 위반 여부 등을 검토한 후 참석자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조치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현 경찰청 차장)는 지난 21일 전국 총경들에 이메일을 보내 “많은 국민이 경찰 본연의 역할에 소홀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며 “신중한 판단과 실행이 요구된다. 숙고 바란다”며 회의 개최를 만류하기도 했다.

류 서장은 이에 대해 "경찰의 미래가 걸린 중대한 문제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휴일날 경찰기관에 경찰이 모인 문제에 대해서는 문제가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일선 경찰관들 "서장님 응원합니다" 응원 커피차도 등장

이날 회의에는 경정 이하 경찰관들도 뜻을 함께 했다. 이들은 회의장 앞에서 참석자들이 입장할때마다 박수를 치며 "서장님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등을 외쳤다. '그대 선 이 자리, 경찰의 미래', '경찰국 설치 반대를 위한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적극 지지합니다' 등의 팻말·현수막도 들었다. 전국 경찰 직장협의회에서 보낸 '응원 버스', ‘응원 커피차’등도 등장하기도 했다.

행안부는 예정대로 경찰국 시행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과 경찰청장 지휘규칙 제정을 위한 대통령령과 행안부령은 지난 21일 차관회의를 통과 했으며, 26일 국무회의를 거쳐 8월2일 공포·시행될 예정이다.


원다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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