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 충무로의 기둥 안성기의 존재감 ②

입력
2022.07.23 11:25
안성기, 영화 '한산: 용의 출현'으로 또 한번 인생작 경신
조선 남해 물길을 책임지는 수군향도 어영담 역

충무로의 기둥이자 많은 이들의 귀감이 되는 배우 안성기가 영화 '한산: 용의 출현'으로 돌아온다. 안성기가 갖고 있는 존재감은 모두가 익히 알고 있다. '국민 배우'라는 수식어가 결코 아깝지 않은 이유다.

오는 27일 개봉하는 '한산: 용의 출현'은 명량해전 5년 전, 진군 중인 왜군을 상대로 조선을 지키기 위해 필사의 전략과 패기로 뭉친 이순신 장군과 조선 수군의 한산해전을 그린다. 이순신 장군으로 분한 박해일에 안성기가 합류하면서 조선 해군의 비장한 분위기가 더욱 고조됐다. 극중 안성기는 조선 남해의 물길을 책임지는 수군향도 어영담 역으로 분했다. 이순신 곁을 묵묵히 지키면서 노장의 위엄을 과시한다.

'한산: 용의 출현' 속 안성기의 존재감은 후반부로 갈수록 더욱 빛이 난다. 초반 이순신의 고뇌에 공감하고 또 모두의 존경심을 받는 스승의 역할로 비쳤다면 후반부에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치는 충신이자 장군이다. 영화 '사자'에서 용후(박서준)의 스승을 맡게 된 안 신부 역할과 결이 꽤 비슷한 인물이다. 이야기 속 희끗한 백발 속 빛나는 눈빛이 이야기의 한 켠을 든든하게 짊어진 기둥처럼 느껴지게끔 만드는 점이 유사하다. 대의를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려는 인물의 우직함마저 비슷하다.

'한산: 용의 출현'에서 극 말미 왜군을 한산도 앞까지 유인해야 하는 작전에서 어영담은 주저하지 않고 나선다. 승리를 위해 유인책이 필요하지만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 까닭에 젊은 장군들은 주저하고 또 누군가는 실패를 장담한다. 이 장면에서 안성기의 진가가 발휘된다. 흔들림 없이 꼿꼿한 대나무처럼 역할을 해내는 노장수 역할에 안성기는 더할 나위 없는 맞춤형 연기자다.

안성기는 지난 1957년 영화 '황혼열차'로 데뷔한 이후 올해로 64년차 배우다. 대표작은 차고 넘친다. 영화 '하녀' '고래사냥'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실미도' '라디오 스타'까지 시대상을 아우르는 연기자로 대표된다.

긴 시간 내 안성기가 굳건하게 작품 활동을 이어올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진정성이다. 이번 작품에서도 안성기의 진심은 고스란히 전달된다. 치열한 전투 속 젊은 배우들 못지 않은 패기를 선보이는 노익장의 열연이 감동을 더한다.

우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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