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일 만의 국회 정상화, 이제 민생에 진력하라

입력
2022.07.2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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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후반기 국회 원구성 협상을 가까스로 타결했다. 지난 5월 30일 21대 전반기 임기가 끝나고 국회 공백 상태가 된 지 무려 53일 만이다. 국회는 22일 본회의를 열어 18개 상임위원장을 선출했다. 국민의힘이 국회운영·법제사법·외교통일 등 7곳, 더불어민주당이 정무·교육·보건복지 등 11곳을 맡았다. 막판까지 걸림돌이던 과방위와 행안위는 여야가 1년씩 번갈아 맡기로 했다.

여야가 민생 위기에 하루속히 대응하라는 여론에 떠밀려 천신만고 끝에 국회 문을 연 것은 다행스럽다. 그러나 고물가·고금리·고환율에 코로나19 재확산 등 국민 삶이 고통받는데 정치권은 마치 급할 게 없다는 식의 기싸움만 벌인 것은 두고두고 비판받아 마땅하다. 국회 파행을 지켜본 국민의 정치권에 대한 불신은 극에 달해 있다. 합의 시한을 발표해 놓고도 손바닥 뒤집듯 번복하는 일이 허다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이 “국민께 부끄럽고 면목이 없다”며 세비 반납 의사를 밝힌 것은 최소한의 양심의 표현일 것이다. 김창기 국세청장,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승겸 합참의장, 김주현 금융위원장 등 고위공직자 4명은 인사청문회도 없이 임명됐다. 이참에 원구성 협상 때마다 반복되는 국회 개점휴업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제도적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와 관련해 정치개혁특위에서 상임위 배분방식과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권 조정 등을 논의키로 한 것은 고무적이다.

국회가 정상화됐지만 민생은 뒷전이고 탈북 어민 강제북송·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등 정쟁에 매몰돼 국민 눈살을 찌푸리게 해선 안 될 것이다. 수사권-기소권 분리 법안을 다룰 형사사법체계개혁특위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공방 2라운드가 예고된 것도 심상치 않다. 국회 공백이 길어진 탓에 풀어야 할 민생 과제는 산더미같이 쌓여 있다. 여야는 싸울 때 싸우더라도 민생에 관한 한 초당적으로 협력해 ‘민생국회’가 되도록 진력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