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으로 가고 있다면

입력
2022.07.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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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끝나가는 건지, 아니면 BA5라는 새로운 변이로 어려운 시간이 반복될지 쉽게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2년여의 시기보다는 훨씬 나아진 것 같지만 언제쯤 코로나19가 끝날 것이라고 단언하기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원론적으로 감염병이라는 것에 대해 유행의 양상을 예측하거나 유행이 일어나기 전에 미리미리 대응을 준비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우리에게는 눈에도 안 보이는 미미한 존재들이지만 그들도 실제로는 살아있는 생물체이고 생명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꾸준히 변해가고 대처해 살아남는 방법을 찾아내기 마련인데, 우리의 현재 지식과 기술로는 이를 미리 알아내서 대응하기 위한 썩 좋은 방법은 없고 보통 변화가 일어난 다음에야 대응책을 마련하는 수동적 방식이 대부분이다. 우리가 바이러스와 대화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들이 살아남기 위해 변화를 일으키면 이에 맞춰서 대응할 수밖에 없으니 늘 대응이 늦고, 생각보다 신속하지도 효과적이지도 않아 보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게다가 한 번에 한 종류가 돌아다니는 것도 아니어서 코로나19 시기에도 원숭이두창이 또 다른 걱정을 던져주고 있다.

미생물학을 개척한 위대한 학자 중 한 명인 루이 파스퇴르(1822~1895)가 태어난 지 200년이 되었고, 에드워드 제너가 백신이라는 놀라운 물질을 최초로 사용한 것도 200년이 훨씬 지난 아주 오래된 일임에도 여전히 우리는 세균과 바이러스라는 병원체들과의 전쟁에서 우세한 입장이 전혀 아니다. 감염병은 그렇다. 바이러스나 세균 등이 병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우리에게는 몹쓸 질병을 일으키고 건강에 위협을 가하는 백해무익한 존재 같지만 사실은 그들도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자연 속의 일부이고 아무리 없애버리려 해도 스스로의 존재를 지켜 나가야 하는 또 다른 생명체들이다.

요즘 이야기되고 있는 '엔데믹'이라는 것은 이런 특징이 담겨 있는 보건의료적 상황이다. 우리를 심하게 괴롭히던 코로나19가 더 이상 우리 주변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예전보다 훨씬 덜 위협적인 존재로 바뀌고, 우리의 보건의료 시스템도 그동안 대응했던 경험과 노하우로 어느 정도 대책은 생겨서, 마치 해마다 때가 되면 유행이 반복되지만 아주 심하게 사회적 위협과 혼란이 되지는 않는 계절형 인플루엔자처럼 변하는 것을 지칭한다.

그래서 엔데믹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되는 지금의 상황에서는 바이러스를 마지막 한 마리까지 철저하게 없애거나 다시는 코로나라는 이름을 들을 일이 없도록 깨끗이 자연에서 씻어내 버리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이제부터는 이 바이러스들이 우리 주변을 맴돌고 종종 우리에게 크고 작은 유행을 일으켜도 별 어려움 없이 살아갈 수 있는 방식을 지향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아직은 코로나19 위협이 완전히 사라진 것도, 아무 걱정이 없을 만큼 미미해진 상황도 아니지만, 엔데믹으로 가고 있는 양상이라면 이전 2년보다는 일상적인 방식으로 복귀하도록 노력하고 코로나19를 여러 다양한 감염병의 한 종류처럼 대응하도록 사회의 여러 가지 시스템을 회복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끝으로 지난 9개월간 감염병에 대한 지루한 글들을 읽어 주신 독자들에게 감사드리며 글 쓰는 사람으로서의 역할을 마칩니다.


홍기종 가천대의대 교수·대한백신학회 편집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