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년 전 추진했다가 여론의 반대로 철회했던 '민주유공자 예우법'을 재추진한다. 민주당은 9월 정기국회에서 해당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강조했으나, '셀프 보상법'이라는 비판에 좌초된 전력을 비춰볼 때 험로가 예상된다.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20일 국회에서 강민정·박찬대·양이원영·윤영덕 의원 등과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유공자법 제정을 촉구했다. 우 의원이 공개한 제정 촉구 서명에는 총 175명의 의원이 참여했는데, 민주당 164명을 포함해 정의당, 기본소득당, 무소속 의원들이 이름을 올렸다. 과거에도 입법을 추진했으나 민주당에 운동권 출신 의원들이 많은 터라 '셀프 보상법'이라는 비판에 부딪혀 번번이 무산됐다.
민주당이 재추진하는 법안은 우 의원이 2년 전 대표발의한 것이다. 민주화운동 중 사망 또는 실종되거나, 장해 판정을 받은 829명을 유공자로 인정하고 유공자 본인과 가족에 대해 교육, 취업, 의료 등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유공자 자녀들이 중·고교 및 대학교 수업료를 면제받거나 일부 금액을 보조받을 수 있게 하고, 국가기관이나 공·사기업, 사립학교 등 채용 시험에서 5~10%의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
우 의원은 과거 '셀프 보상법'이란 지적을 의식한 듯 "국회의원들은 누구도 유공자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제 법안은 대상을 사망자와 실종자, 상해자에 한정했다"고 밝히면서다. 2년 전 같은 취지로 발의됐다 철회된 민주당 설훈 의원 법안은 '민주화운동을 한 모든 이'를 유공자 대상으로 규정하면서 의원들이 다수 포함될 수 있었던 것과 내용이 다르다는 점을 부각했다. 우 의원은 "셀프 보상법이라는 말은 모욕"이라고도 했다.
우 의원의 주장대로 '셀프 보상' 논란은 피할 수 있다손치더라도, 젊은 세대가 민감한 공정 담론과 연결돼 있어 특혜 논란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우 의원은 이에 "취학 지원은 초·중·고교에 한정돼 있어 공정 문제와 관련된 대학 진학에 특혜를 주는 건 없다"며 "민주유공자 특혜 전형은 대학에서 자율적으로 정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취업 지원의 경우 다른 유공자법과 내용이 동일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벌써부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양금희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민주화운동이 '민주화라는 명분으로 특혜를 받기 위한 사업'이 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며 "즉각 입법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야권 소속이지만 법안 제정 촉구 서명에 불참한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도 "민주화운동은 넥타이 부대 등 전 국민이 참여한 데다 민주유공자법은 채용과 취학 등 민감한 이슈를 건드리고 있어서 반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