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6차 대유행'이 현실화하며 신규 확진자가 단숨에 7만 명대로 폭증했다. 정부의 당초 예상을 뛰어넘은 확산 속도다. 하루 약 20만 명을 예측한 유행 정점 확진 규모도 1주일 새 28만 명으로 불어나며 중환자병상 확보 등 의료체계에 과부하가 걸릴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19일 0시 기준 확진자가 7만3,582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하루 확진자가 7만 명 이상 발생한 것은 지난 4월 27일(7만6,787명) 이후 83일 만이다. 휴일 진단검사 감소 영향으로 전날 2만6,299명으로 떨어졌던 확진자는 하루 만에 2.8배 증가했다.
이날도 확진자 수는 7만 명을 넘겼다. 오후 9시까지 확진자는 모두 7만 3,301명으로, 7만 497명을 기록한 전날 같은 시간 대비 2,804명 증가했다.
이 같은 확산세는 유행 정점을 9월 중순~10월 중순 약 20만7,000명 확진 규모로 본 당초 예측보다 빠르다.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지난 13일 전파율(21.5~41.5%)별 시나리오를 공개했는데, 전파율을 가장 높은 41.5%로 잡았을 때 이달 말 하루 확진자는 3만8,268명으로 예측됐다.
이 같은 예측에 근거해 중대본은 하루 확진자 약 20만 명 수준의 재유행에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도록 병상 재가동 계획을 준비했다. 팍스로비드 등 먹는 치료제도 하루 20만 명 확진 시 필요한 양을 비축했다.
하지만 이미 확산 속도가 예측 수준을 뛰어넘었고 전주 대비 확진자가 두 배로 증가하는 '더블링'이 16일째 계속돼 곧 10만 명대 확진이 닥칠 것으로 보인다. 전파력과 면역 회피 특성을 가진 오미크론 하위 변이 BA.5가 이번 대유행을 주도하기 때문이다. BA.5 검출률은 지난 10~16일 국내 감염 중 47.2%까지 상승했다. 해외 유입 사례(62.9%)를 합친 전체 검출률은 52%에 이르는 우세종이 됐다.
이날 방대본은 최근의 급변한 상황을 반영해 유행 정점을 내달 중하순으로 예측한 결과를 제시했다. 하루 최대 확진 규모는 25만 명 전후이고 많게는 28만 명까지 상향했다. 정점 시기는 한 달 정도 당겨졌고, 확진 규모는 약 8만 명 늘어난 것이다.
확산세가 거세졌지만 정부는 2년여간 백신과 치료제, 진단검사 역량 등을 축적해 이전 유행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올해 1월 말 시작된 오미크론 대유행과 비교하면 최근 양상이 조금 다르기도 하다. 확진자가 매일 5만∼10만 명씩 발생한 2월 중순에는 위중증 환자가 하루 300∼400명, 사망자는 30∼70명이었는데, 최근 1주일 동안 위중증 환자는 두 자릿수로 유지됐고 사망자는 11~16명이다.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은 "유행 확산 국면에 진입했지만 대응 역량을 감안하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아직까지 병상 가동률은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중환자 전담치료병상 가동률은 이날 0시 기준 14.9%(1,428개 중 213개 사용)로 전날(15.2%)보다 0.3%포인트 떨어졌다. 준중증병상 가동률도 27.5% 수준이다.
다만 의료 현장에서는 아직은 안심할 수 없는 단계라고 판단한다. 본격적인 병상 수요는 확진자 급증 후 1, 2주 뒤 몰리는 데다 BA.5의 치명도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 등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환자가 급증해 중환자병상을 늘리려고 해도 말처럼 쉽지 않고 기존 환자 이송 등으로 몇 주는 걸린다"며 "안전을 위해서는 시간적 여유를 갖고 과하다 할 정도로 대비해야 하는데 아직 정부는 병상 추가 확보와 관련해 아무 조치도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