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도 러시아식으로"...우크라 점령지에 속속 투입되는 '러 선생님'

입력
2022.07.19 18:00
러시아, 우크라 점령지에 '자국 교사' 파견
현지 월급 5배에 달하는 '거액' 약속하며 교사 모집
문화 말살 이어 교육·역사 통제 움직임 본격화

"우크라이나 자포리자·헤르손 지역 파견 교사 급구. 업무는 새 학년 학교 교육. 일당은 8,600루블(약 20만 원). 교통편 무료. 숙식 논의 중"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동쪽으로 약 400마일 떨어진 추바시야의 교사 단체 채팅방에 17일(현지시간) 이 같은 공지가 올라왔다. 우크라이나 남부 러시아 점령지 자포리자와 헤르손에 파견할 교사를 모집하는 내용이다. 현재까지 250여 명의 교사가 우크라이나행을 결정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러시아 독립 단체 '교사연합(Alliance of Teachers)'으로부터 해당 내용을 제보받아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러면서 "러시아 정부가 점령지 학생들에게 러시아 시각을 담은 '수정된' 역사 교육을 단행하려 교사들에게 큰돈을 약속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추바시야 지역 평균 월급이 약 550달러(약 72만 원)라는 점에서, 약 2,900달러(약 381만 원)의 거액으로 자국 교사를 모집한 뒤 우크라이나 교육을 통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교육 통제에 대한 우려는 기우가 아니다. 세르게이 크라브초프 러시아 교육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통합러시아당 회의에서 "우크라이나 교육을 바로잡아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달 중순 우크라이나 멜리토폴을 방문한 자리에서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에게 러시아 버전의 국가 역사를 가르치겠다"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우크라이나 검열 의지를 밝혔다.

교육 분야 외에도 러시아는 지속적으로 점령지를 완전히 '러시아화'해 우크라이나의 역사, 민족성, 언어 등을 말살하려는 움직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러시아는 이미 멜리토폴, 마리우폴, 헤르손 등 일부 점령지의 도로 표지판 언어를 러시아어로 교체했고, 일부 지역에서는 우크라이나어 대신 러시아어 방송이 흘러 나오고 있다.

러시아는 또 점령지에 거주하는 우크라이나인 90만~160만 명을 러시아로 강제 이주시켰고, 오는 9월에는 점령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러시아 합병·러시아어 공용어 추진과 관련해 국민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김호빈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