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정부합동조사를 조기에 종료한 경위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당시 합동조사를 일찍 마무리한 것이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었다는 전제가 있어야,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과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의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하기 때문이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부장 이준범)는 2019년 11월 진행된 정부합동조사단 소속 국정원 직원과 관계기관 실무자들을 불러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어민들의 신원과 귀순 의향을 파악하려면 통상 2주 이상 소요되는 국정원 합동신문이 사흘 만에 종료된 것이 석연치 않다고 보고,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었는지 따져보고 있다.
검찰은 서훈 전 원장이 합동조사를 조기 종료하라고 지시한 게 절차적으로 위법하다는 결론이 나면, 국정원법상 직권남용 혐의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김준환 당시 국정원 3차장이 서 전 원장 지시로 '남한에 있겠다'는 어민들 의사를 보고서에서 삭제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공안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매뉴얼에 따르지 않고 의무 없는 일을 하도록 했는지가 직권남용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합동조사 조기 종료와 강제 북송에 관여한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대통령령에 따라 안보와 관련한 대통령 직무 권한을 위임받았다는 점을 근거로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수사 대상으로 삼을지 저울질하고 있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등은 전날 살인과 직권남용, 불법체포감금과 직무유기 등 혐의로 문 전 대통령을 고발했다.
검찰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탈북어민 강제북송 자체의 위법 여부와 관련한 헌법학자들의 견해도 살펴보고 있다. 정부는 합동조사 과정에서 어민들이 선장·선원 16명을 살해했다고 진술함에 따라, 귀순 의사를 표명했음에도 흉악범이라고 판단해 5일 만에 북한으로 돌려보냈다. 정의용 전 실장은 17일 입장문에서 "국내법상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는 입국을 허용하지 않고 추방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선 그러나 형사사법절차를 거쳐 유죄가 확정된 게 아니므로 신중하게 판단했어야 한다고 본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재판 청구를 통해 법적 판단 받을 기회를 보장하지 않은 것은 절차상 문제"라며 "안대를 씌워 소재를 인식하지 못하게 하고, 포승줄로 인신의 자유를 구속한 건 인권침해"라고 말했다.
헌법상 북한 주민도 국민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추방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정 전 실장이 거론한 북한이탈주민법 제9조에선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는 보호 대상자로 결정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한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에 대해 "북한 주민은 귀순 의사와 관계 없이 대한민국 국민"이라며 "북한이탈주민법상 보호 대상자가 아니라고 추방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 간주되면 출입국관리법과 난민법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해석도 있다. 정 전 실장은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남북관계 특수성을 감안, 북한 주민에 외국이나 외국인 지위에 준해 개별법을 적용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법무부와 통일부는 최근 국회에 '출입국관리법상 강제퇴거 대상과 난민법의 난민신청·심사 대상은 외국인이므로 헌법상 대한민국 국적 보유자인 북한 주민은 적용 대상이 아니다'는 의견을 냈다.
현 정부는 '어민들의 귀순 의사에도 송환한 건 직권남용'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귀순 의사의 진정성도 수사 향방을 가를 변수가 될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 인사들은 합동조사 당시 해군 통제에 불응해 도주했고 초기에 귀순 의사를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자필 귀순 의향서 내용에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했지만, 현 정부는 졸속 검증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