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가 18일 공개한 3분 56초 분량 '탈북 어민 북송 현장' 동영상에는 북으로 끌려가야 하는 어민들의 절박함이 고스란히 담겼다. 북한 어민들은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을 넘어가기 전 풀썩 주저앉고 주변 기물을 잡는 등 어떻게든 돌아가지 않으려 발버둥을 쳤다. 당국자 또는 경찰특공대 소속 호송요원으로 보이는 남성들이 이들 어민의 양팔을 들고 강제로 데려가는 장면도 포착됐다.
영상은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 내부 계단을 통해 한 어민이 계단으로 올라오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인솔자로 보이는 한 명을 뒤따라 푸른색과 검은색 상의를 입은 어민이 두 손을 앞으로 한 채 포승줄에 묶여 이동했다. 양옆에는 각각 한 명씩 어민의 양 팔짱을 끼고 호송했다. 약 30초 후 검은색 상ㆍ하의를 입은 또다른 어민이 역시 포승줄에 묶인 채 자유의집 내부 계단을 오른다. 마찬가지로 양쪽 호송요원이 팔짱을 끼고 있으며 인솔자도 따로 있었다.
당국자로 추정되는 여러 명이 이들의 뒤를 따랐다. 잠시 후 양복을 입은 남성이 왼손에는 검은 비닐 봉투, 오른손에는 바퀴 달린 큰 검은 가방을 들고 나타난다. 이 중 한 남성이 “얘들이 가지고 온 짐이야?”라고 묻자 다른 남성이 “예”라고 답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어 두 어민이 자유의집 2층 서측으로 추정되는 한 회의실에서 대기하는 모습도 담겼다. 당국자들이 회의실 입구에 무리지어 서 있는 가운데 어민들은 긴 회의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입을 닫고 있었다.
영상이 2분 11초쯤 지나자 검은색 상의를 입은 한 어민과 호송요원들은 자유의집 북측 출구로 나와 MDL 쪽으로 향한다.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던 이들은 포장도로를 지나 MDL 인근 자갈길에서 잠시 걸음을 멈췄다. 포승줄은 풀린 상태였지만 어민은 앞으로의 상황을 직감한 듯 자리에 주저앉았다. 당국자로 추정되는 남성이 그의 팔을 잡고 일으켜 세우려 했지만 요지부동이었다.
약 7초간 주저앉아있던 어민은 이내 몸을 오른쪽으로 돌려 기어가기 시작했다. 이후 ‘쿵’ 하는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판문점 건물의 기초 콘크리트 턱에 머리를 부딪혀 자해를 시도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자 옆에 있던 남성들은 "야야야야" 등 소리를 지르며 몰려들어 어민의 다음 행동을 제지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 관계자는 18일 확답을 피한 채 "영상 그대로 이해해달라"고 전했다.
북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어민의 ‘저항’은 오래 가지 못했다. 남성들은 어민이 무엇인가를 잡고 버티려 하자 “야 놔봐”라고 하면서 그의 양팔을 들어 일으켜 세운 뒤 북쪽 MDL 방향으로 끌고 갔다. 어민은 뒷걸음질치려 하지만 호송요원들의 손에 들린 상태여서 발끝에 자갈이 채이는 소리만 남았다. 이 어민이 MDL을 넘어 북측에 인도되는 장면은 화면에 잡히지 않았다.
영상은 이후 두 번째 북송 어민이 자유의집 북측 출구로 나오는 장면에서 끝이 났다. 그의 경우 북측에 인계될 당시 소리를 지르거나 강하게 저항하는 등의 음성이나 장면은 포착되지 않았다. 한편 오늘 공개된 영상에서는 모든 등장인물의 얼굴이 흐리게 처리돼 있어 북송 어민들의 눈이 가려졌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통일부 관계자는 "현관 나올 때부터 포승줄과 안대는 되어 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