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5명 순직 '마린온 헬기 추락사고' 다시 들여다본다

입력
2022.07.19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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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기소 처분에 유족 항고도 기각됐지만
최근 김조원 전 수석 고발인 불러 조사
'문재인 정권 겨냥 재수사 아니냐' 해석도
검찰 "예전 수사 누락 없었는지 확인 수준"

검찰이 장병 5명이 순직한 해병대 ‘마린온 헬기 추락사고’를 다시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험 비행에 나선 헬기가 이륙 후 5초 만에 떨어져 조종사 등 5명이 숨지자, 유족들은 당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대표였던 김조원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살인 및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고소했다. 검찰은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했지만 최근 김 전 수석을 고발한 군납비리 전문가를 불러 조사하자, 문재인 정권을 겨냥한 재수사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18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구지검 포항지청은 지난 13일 마린온 제작사인 KAI의 대표를 지낸 김 전 수석을 고발한 김영수 국방권익연구소장(전 해군 소령)을 불러 4시간가량 조사했다. 김 소장은 군 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출신으로, 군납 및 방산비리를 전문적으로 추적하는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4월 26일 서울중앙지검에 “프로펠러를 돌게 하는 중심축인 로터마스트 부품 결함으로 헬기가 추락했지만, 대형 화재와 폭발이 나면서 장병들이 순직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국제 공인 안전인증을 받지 않은 연료 탱크를 장착했기 때문으로, 부실 탱크를 설치한 책임자들을 처벌해달라”며 김 전 수석을 고발했다.

김 소장은 “검찰은 지난 3년간 로터마스트 부품 결함만 집중 수사했고, 연료탱크가 왜 손상돼 대량 누설됐는지에 대해선 수사와 조사가 전혀 없었다”며 “수사 과정에서 미진했던 연료탱크 폭발 검증 등의 조사 방법을 검찰에 설명했다”고 말했다.

마린온 추락사고 민관군 합동조사위원회는 사고 5개월 뒤인 2018년 12월 21일 헬기가 제조 공정상 문제로 로터마스트 부품에 균열이 생겨 파손되면서 메인로터가 탈락해 지상 14m 높이에서 추락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또 헬기가 떨어지면서 연료 라인 등이 파손돼 연료가 엔진 주변으로 누출됨에 따라 화재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유족들은 사고 직후 김조원 대표 등이 결함이 있는 헬기를 해병대에 공급해 5명의 장병을 숨지게 했다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대구지검 포항지청은 지난해 6월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은 “피의자(김조원 등)들이 로터마스트 검수 과정상 주의 의무를 다하지 못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며 “연료의 대량 누설로 화재가 발생했지만, 연료 차단 장치들에 결함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유족들은 그러자 대구고검에 항고장을 접수하고 재수사를 촉구했으며, 국민의힘 의원들도 가세했다. 하지만 항고마저 기각되자, 유족들은 "장병 5명이 순직했는데 책임지고 처벌받을 관계자와 기관이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항의했다. 특히 사고 발생 1년 뒤 김조원 당시 KAI 대표가 문재인 정부 민정수석에 임명되자, 유족들은 “수사 대상자를 사정기관 최고 감독자에 앉혔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무혐의 처분에 유족들의 항고마저 기각했던 검찰이 최근 동일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자,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에 이어 전 정권을 겨냥한 재수사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검찰은 이에 대해 “절차대로 조사한 것일 뿐, 재수사는 아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포항지청 관계자는 “고발장이 접수돼 과거 수사 때 다루지 않았던 새로운 내용이 있는지 살펴보려고 고발인을 불러 조사했다”며 “수사 과정에서 누락된 부분이 있었는지 재검토하는 수준으로, 정식으로 재수사에 착수한 건 아니다”고 말했다.

포항= 김정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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