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인하대 캠퍼스에서 1학년 여학생을 성폭행한 후 추락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된 피의자로 추정되는 남성의 신상정보가 온라인상에서 빠른 속도로 퍼진 가운데,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해당 사건의 피의자 신상정보 공개를 검토하지 않기로 했다.
18일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운영하는 인천경찰청은 인하대 사건 피의자의 신상정보 공개 여부를 검토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경찰청 관계자는 "죄명이 살인으로 변경되어도 신상공개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피의자의 이름·얼굴 등 신상정보 공개의 근거는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이다. 우선 범죄 혐의가 △살인죄(미수범 포함) △약취·유인·인신매매 △강간 상해·치상·살인·치사 등 △13세 미만 미성년자 강간 등 △강도 강간·상해·치상·살인·치사 △조직폭력 단체 구성·활동 등 특정강력범죄 사건인지를 따진다.
여기에 해당하면, 추가로 4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지를 다시 따진다.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하고 △피의자가 죄를 범한 충분한 증거가 있으며 △국민 알권리 보장·피의자 재범방지 및 범죄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하면서 △피의자가 청소년 보호법상 청소년(만 19세 미만)이 아니어야 한다는 요건이다.
인하대 사건의 피의자 A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준강간치사다. 수사가 진행 중이라서 살인의 고의성이 밝혀지면 살인죄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전해진다.
A씨는 지난 15일 새벽 인천시 미추홀구 인하대 캠퍼스에 있는 5층짜리 건물에서 지인인 1학년 여학생을 성폭행한 뒤 3층에서 추락해 숨지게 한 혐의(준강간치사)로 17일 구속됐다. 여학생은 사건 발생 당일 오전 3시 49분쯤 캠퍼스 건물 앞에서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다가 행인에 의해 발견돼 심정지 상태로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A씨의 죄명은 준강간치사로 신상정보 공개 대상 혐의에 해당된다. 그러나 신상 공개에 필요한 4가지 요건이 동시에 충족되는지 여부는 검토가 필요하다. '범행 수단이 잔인한'지와 '공공 이익에 필요한'지가 변수가 될 전망이다. 경찰이 해당 요건에 부합하다고 판단하면 신상공개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공개 여부를 정한다.
한편 17일 구속된 피의자 A씨로 추정되는 신상정보가 온라인상에서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다. 각종 온라인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유튜브에 '인하대 가해자' 등의 제목으로 피의자로 추정되는 A씨의 이름, 사진, 학과, 나이, SNS 계정과 심지어 A씨를 팔로우한 이들의 실명도 일부 공개됐다. 급기야 A씨 가족의 직업과 본가 위치까지 공개되면서 누리꾼들 사이에는 범죄자 신상 털기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법률 전문가들은 확산 중인 신상정보가 피의자 A씨의 실제 정보가 맞더라도 명예훼손죄에 해당되는 만큼 자제를 요청한다. 박성배 변호사는 이날 YTN '뉴스라이브'에 출연해 "많은 국민들의 분노를 자아낼 만한 사건이고, 심정을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피의자나 피해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것 자체는 법적으로 상당히 큰 문제의 소지가 있다"며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가 문제될 여지가 있는데 이와 유사한 판결도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9월 대구고법은 온라인상에 성폭력 피의자, 강력범죄 피의자 등의 신상 정보를 무단으로 게시한 '디지털교도소' 운영자에 대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으로 징역 4년을 선고한 바 있다. 박 변호사는 "피의자뿐만 아니라 피의자와 관계된 피해자, 연쇄적으로 여러 사람의 명예가 훼손될 우려도 있기 때문에 이와 같은 행위는 자제돼야 한다. 단순히 법적으로 처벌 가능성이 있다는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피해자 보호 차원에서도 이와 같은 행위는 자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