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화 기로 대우조선 파업...정부 적극 중재 나서라

입력
2022.07.18 04:30
27면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 파업이 40일이 넘었지만 사태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고 있다. 그사이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하청 노동자 7명이 지난달부터 경남 거제 미포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30만 톤급 유조선 바닥에 용접 구조물을 만들어 ‘옥쇄농성’을 벌이거나 높이 20m 난간에서 고공농성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공정이 멈추면서 회사 측은 파업으로 지난달에만 2,800억 원 손실을 봤고 유조선 진수가 지연돼 하루 260억 원씩 손실을 보고 있다고 밝혔다. 조업 중단으로 원청 노동자 일부는 곧 휴업에 들어간다고 한다. 7년 만에 찾아온 조선업 호황으로 수주 물량이 넘치는 상황에서 노사분쟁으로 모두에게 불행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하청 노조의 요구사항은 불황기에 삭감된 임금 30%의 복원과 노조활동 인정 등이다. 하청업체와 1년 이상 교섭을 해왔으나 접점을 못 찾아 극단적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16일 점거 농성자에 대해 퇴거 결정을 내렸지만 이들이 파업 지속 의사를 밝히고 있는 점은 안타깝다. 농성자들의 사법 처리 여부를 떠나 안전문제를 위해서라도 하루속히 협상 테이블이 차려져야 한다.

이번 사태의 이해당사자는 대우조선 원청 노사, 대우조선 하청 노사, 대우조선 지분 55.7%를 보유한 산업은행 등이다. 노사 당사자 합의가 최선이겠지만 현 사태는 힘없는 하청업체들이 풀 수 있는 단계를 지났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점거를 중단하면 정부가 교섭을 적극 지원하겠다. 직접 개입하기 어렵다”는 식의 원론적 입장만 내놓고 있다. 지나치게 안일한 태도다.

하청 노조는 산업은행과 대우조선과의 직접 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임금인상 문제는 정부가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는 사안이라 해도 최소한 원청과 하청업체, 하청 노조 간 3자 협상의 장을 만들어주는 데는 정부가 개입할 공간이 있다.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중재 노력이 필수다. 감당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지도 모를 공권력 투입이 자제돼야 함은 물론이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