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권의 전철을 밟을 것인가

입력
2022.07.20 18:00
26면
尹 국정 지지도 30%대 초반으로 추락
MB정권 초기와 비슷한 추세 우려 커져
'국민에 대한 겸손' 초심 다시 떠올릴 때

편집자주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을 놓고 정치권이 뒤숭숭하다. 취임 두 달여 만에 윤 대통령 국정 지지도가 30%대 초반까지 곤두박질치면서다. 그럭저럭 긍정과 부정 평가가 균형을 맞추던 것이 한동훈 법무장관 자녀 스펙 논란(5월)과 김건희 여사 사적 채용(6월 중순) 이후 내리막을 달려 18일 기준 33.4%(리얼미터)에 달했다. 당초 대통령은 "국민만 보고 간다"(4일)라며 매주 숫자로 찍히는 정권 성적표에 연연하지 않았지만, 이달 중순 들어 대통령실은 적잖이 변모하는 모양새다. 도어스테핑을 간소화하고, 김 여사의 활동을 줄이는 등 분발하는 분위기다. 야당이 '탄핵'을 거론할 빌미마저 주고 있는 민심 이반의 위기 신호를 더는 묵과할 수 없어서일 것이다.

대통령실과 여권이 윤 대통령 지지율의 빠른 하락세를 무겁게 받아들이기 시작한 데엔 일각에서 불거지는 '이명박 정권의 전철(前轍)을 따르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여당 내부(유승민 전 의원의 16일 "이명박 시절로 돌아가면 당이 망한다" 발언)는 물론 외신에서도 이러한 우려는 눈에 띈다. 15일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한국, 짧아진 허니문…윤석열 대통령 지지 급락'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집권 초기 야당과 언론이 비판을 자제하는 허니문이 통상 100일 정도 유지되는데 윤 정부 들어선 빠르게 이 밀월이 사라졌으며, 이는 "출범 70일 만에 지지율이 20%대로 고꾸라진 이명박 정권 때와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2008년 봄 이명박 정권 초기의 정책·인사 실패로 인한 지지율 추락세는 지금 윤석열 정부와 비교해보면 배경과 원인이 사뭇 닮아 있다. 소비자물가는 4년여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고, 무역수지는 5개월째 적자를 기록하고 경유 대란이 벌어져 지금의 경제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때. 4대강 사업과 미국 쇠고기 전면수입 조치로 흔들리던 이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코드인사, 청와대 비서관들의 투기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그야말로 '바닥'으로 수렴했었다. 17대 대선에서 득표율 48.67%로 2위 정동영 후보와 무려 22.53%포인트 격차를 벌렸던 '인기 대통령 이명박'의 국정지지도는 취임 석 달여 만에 20%대 초반으로 급락(한국갤럽 조사 기준)한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평창올림픽을 유치하는 등 이후 공이 작지 않았으나, 끝내 이 전 대통령은 정권 초반 잃어버린 지지율을 복구하지 못한 채 물러나야 했다. 당시와 비교해 한층 심화된 정치 양극화 현실을 헤쳐나가야 할 윤석열 정부 입장에선, 이명박 정권의 전철은 어떻게든 따르고 싶지 않은 껄끄러운 선례일 것이다.

대통령실이 늦게나마 민심을 무겁게 받아들이기로 한 건 다행이다. 19일 "문 닫아걸고 쓴소리하겠다"고 한 원희룡 장관의 인터뷰, 스타 장관을 당부하며 만기친람의 폐해를 벗어나려는 대통령의 메시지를 들여다보면 애쓰는 기색이 명명하다. 하지만 이 정도만으로 내려앉는 지지율을 붙들겠는가. '내 사람 인선'에 스스로 관대해 떠나버렸던 지지자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까. 정권 창출의 기반이었던 공정에 대한 기대가 무너졌는데 젊은 중도층은 얼마나 더 대통령의 편을 들 수 있을까. 20일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의 '사적 채용' 발언 관련 사과는 과연 진정성 있게 받아들여질까. 대통령실은 지금이라도 인수위 백서 발간사 첫 문장에서 밝혔던 '국민에 대한 한없는 겸손'의 의미를 곱씹어보길 바란다. 거제에서 혹은 노량진에서 위태로운 삶을 버텨내는 이들 모두가 국민이다. 이 생각을 놓치지 않는다면 정권 초기 레임덕과 지지율 추락의 굴레에 발목이 잡혔던 이명박 정권의 전철을 걱정할 일은 없을 것이다.







양홍주 디지털기획부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