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디오픈에서 컷탈락했다. 이번 대회에서 교통사고 후 화려한 재기를 위해 모든 노력을 쏟아 부었지만 원하던 결과가 따라오지 않자 우즈는 눈시울을 붉혔다.
우즈는 16일(한국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파72)에서 열린 제150회 디오픈 골프대회(총상금 1,400만 달러) 2라운드에서 3타를 잃고 중간합계 9오버파 153타로 컷을 통과하지 못했다. 출전 선수 156명 가운데 공동 148위다.
전날 6오버파로 부진하고 “(2라운드에서) 6언더파를 치면 컷 통과가 가능하다”던 우즈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우즈는 2라운드에서 버디 1개를 잡아내고 보기 2개, 더블보기 2개를 곁들였다. 1라운드에 비해 샷은 그리 나쁘지 않았지만 퍼트에서 고전했다.
전성기에 거의 보기 힘든 16번 홀(파4) 쇼트게임 실수가 치명적이었다. 16번 홀에서 우즈는 세 번째 샷을 벙커에 빠트렸다. 항아리 벙커에서 가까스로 빠져 나왔지만 2m 보기 퍼트가 홀을 비껴가자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사실상 컷 탈락이 확정된 가운데 18번 홀 페어웨이를 걸어 그린에 오르던 우즈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페어웨이 양쪽을 둘러싼 갤러리가 박수와 함성으로 응원하자 모자를 벗어 답례하고 손을 흔들었지만 눈에는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우즈는 “다음 번에는 이 곳에 다시 오기 어렵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5년마다 한 번씩 디오픈을 치르는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 다시 디오픈이 열리는 것은 빨라야 2027년으로 예상된다. 5년 후면 우즈의 나이는 52세다.
우즈는 “자주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아니다. 팬들은 내가 컷 탈락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점점 더 크게 환호했다”면서 “이 대회는 정말 존경스럽다. 나는 이 대회의 전통을 우러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시 이곳에 돌아오면 경기할 몸이 아닐지도 모른다. 디오픈에 출전해도 경쟁할 수는 없을 것 같다”면서도 “그러나 은퇴는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2월 자동차 사고로 두 다리가 모두 부러지는 등 크게 다쳤던 우즈는 4월 마스터스에서 기적처럼 복귀했다. PGA챔피언십에서 컷을 통과하고도 기권한 것과 US오픈 불참도 이번 디오픈 출전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고 밝힐 정도였다. 이번 코스는 우즈가 세 차례 디오픈 우승을 차지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였기 때문이다. 대회 직전 연습 라운드를 45홀이나 치를 만큼 기대가 높았지만 47세의 나이와 사고 후유증을 넘어서지 못했다.
우즈는 “다음 대회 출전 계획은 아직 없다”면서 “내년쯤이나 출전할 듯하다. 운 좋게도 올해 메이저대회만 3번 출전했다. 고생한 끝에 이만큼이라도 해낸 게 행운”이라고 말했다.
이 대회 선두는 2라운드에서 8언더파 64타를 몰아쳐 합계 13언더파 131타를 적어낸 캐머런 스미스(호주)다. 첫날 8언더파를 때려 선두에 올랐던 신인 캐머런 영(미국)은 3타를 줄인 끝에 2타차 2위(11언더파 133타)에 자리했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4언더파를 적어내며 빅토르 호블란(노르웨이)과 함께 공동 3위(10언더파 134타)에 올랐다. LIV 골프의 간판 더스틴 존슨(미국)은 5언더파 67타를 쳐 5위(9언더파 135타)에 포진했다.
한국 선수 중에는 김시우(27)가 공동 12위(6언더파 138타)로 2라운드를 마쳐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김시우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3언더파 69타를 적어냈다. 이민우(호주)도 같은 스코어로 공동 6위에 합류했다. 김주형(20)은 1타밖에 줄이지 못해 공동 25위(4언더파 140타)로 순위가 밀렸다. 임성재(24)는 1타를 잃어 공동 66위(이븐파 144타)로 컷 통과 막차를 탔다. 이경훈(31)과 조민규(34), 김민규(21)는 컷 탈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