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살려 달라”는 한마디의 무응답 신고만으로, 30분도 안 돼 데이트 폭력 피해 여성을 구조했다. 신고 당시 이 여성은 집 안에서 흉기로 위협하는 남성으로부터 감금된 채 공포에 떨고 있었다.
15일 경기남부경찰청 112 치안종합상황실에 따르면 전날 오후 8시 22분 한 여성으로부터 신고전화가 걸려왔다. 신고자는 거주지 등을 알리지 않은 채 다급한 목소리로 “살려달라. 여기는 ○동 ○○○호이다”라는 말만 남긴 채 전화를 끊었다.
위험 상황임일 직감한 112 신고접수 요원은 즉시 신고자의 위치추적에 나섰다.
112 신고의 경우 휴대폰 위치정보시스템(GPS)를 통해 반경 수십ｍ까지의 위치 정보만 파악이 가능해 긴급 출동 등의 대처가 어렵기 때문이다.
상황실 요원은 먼저 휴대폰GPS 자동위치추적 시스템을 가동하고, 만일의 사건에 대비, 코드제로(CODE 0·매뉴얼 중 위급사항 최고 단계)를 발령했다. 신고 이력에 뜬 휴대폰 번호를 통해 통신사에 가입자 정보도 조회했다.
이후 요원은 가입자 정보에서 나온 주소와 신고자가 말한 동과 호수 등을 종합해 신고자가 성남시 분당구의 한 오피스텔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현장으로 간 경찰은 소방당국과 함께 집 문을 두드려도 반응이 없던 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갔다. 집안에는 50대 남성 A씨가 흉기를 들고 여성 B씨를 위협하고 있었다. 둘은 연인관계로 알려졌다. 경찰은 오후 8시 50분 A씨를 데이트 폭력(특수상해) 현행범으로 체포하고 B씨를 구조했다. 신고 28분만이었다. 검거 당시 A씨는 경찰을 향해 흉기로 겨누면서 저항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이날 오후 6시 30분쯤 B씨의 집으로 가 B씨를 폭행하고 흉기로 위협하는 등 2시간에 걸쳐 데이트 폭력을 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기성 경기남부청 112 관리팀장은 “이번 사건과 같은 '무응답 신고'에 대비해 자동위치추적 및 코드제로 발령 등 대응 매뉴얼을 갖춰 놓았던 게 신속한 대처로 이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