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형사9부(부장 문광섭)는 14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강간 등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50대 A씨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무기징역을 선고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A씨는 지난해 8월 4개월 가량 교제한 여자친구 B씨가 이별을 통보하자, 집으로 찾아가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강가에 유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흉기를 소지한 채 귀가하는 B씨를 뒤쫓아 집에 들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놀란 B씨가 화장실로 도망치고 창밖을 향해 "살려달라"며 소리치자 흉기를 휘둘렀다.
검찰은 무기징역을 선고한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고, A씨에게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거듭 요청했다.
서울고법은 그러나 무기징역형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A씨에 대해 "교화 개선 가능성이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며 범죄의 잔혹함을 질타했다. 재판부는 특히 "이 사건 범행은 연인관계의 피해자와 결별하게 됐음에도 일방적으로 폭력부터 살인까지 저지른 것으로, 데이트폭력과 스토킹 범죄 중 가장 중한 범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A씨가 특수절도와 강간치상 등 여러 범죄 전력이 있고, 사기죄로 집행유예를 선고 받고도 살인죄를 저지른 점도 꼬집었다.
재판부는 그러나 △A씨가 범행을 저지른 뒤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고 △자수해 협조한 점을 들어 사형을 선고하지 않았다. A씨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것은 불우한 환경에 대한 비관이자 자신이 저지른 죄악에 대한 후회와 자책으로 볼 여지도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무기징역을 선고함으로써 A씨가 수형기간 반성과 참회로 살아갈 필요가 있다"며 "무기징역 수형인에 대해 가석방이 가능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지만, 가석방을 엄격히 심사하고 제한하는 방법으로 형벌의 목적과 효과를 달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1심은 "소중한 생명을 잃은 피해자와 유가족을 생각하며 숨이 멎는 날까지 교도소 창살 안에서 참회하는 시간을 가지라"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