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로 유명한 싱어송라이터 이한철이 공동 음악 창작으로 지역을 잇는 실험에 한창이다. 그가 곡을 쓰면 울산에서 활동하는 가수가 편곡하고, 이를 울산 어느 마을의 주민인 해녀, 해양연구원, 어촌계장, 초등학생이 함께 불러 완성하는 식이다. 같은 선율을 토대로 목포와 춘천에서도 각자의 방식으로 곡을 만들고 이렇게 완성된 곡으로 세 지역이 다시 연결된다.
‘음악으로 지역을 잇는다’는 취지로 지난해 시작한 ‘뮤지로컬’ 프로젝트의 두 번째 기획이다. 지난해 ‘시즌1’은 서울 성미산마을, 대전 대덕구마을, 대구 안심마을, 광주 일곡마을에서 진행했다. 뮤지로컬은 헬스케어기업 한국에자이의 기업사회혁신 프로젝트 ‘나우(나를 있게 하는 우리)’가 벌이는 여러 사회적 활동 중 하나다.
2015년부터 8년째 나우 총감독을 맡은 이가 이한철이다. 최근 서울 용산구 나우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참여자들이 제가 가진 것 이상으로 지지해 줘서 큰 힘을 얻는다”며 자신을 ‘(공동 음악 창작 참여자들의) 반려가수’라고 불렀다. 이한철의 이런 실험은 10여 년 전 시작됐다. 한국의 환경재단과 일본 피스보트가 공동 주최하는 ‘피스&그린보트’ 행사에 참여해 배 안에서 공연하던 중 참가자들과 즉석으로 집단 창작을 하며 가능성을 발견했다. 재미 삼아 했던 실험은 행사에 개인적으로 참여했던 한국에자이 직원과 연결돼 나우 활동으로 이어졌다.
중증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공동 음악 창작을 시작으로 아마추어 시니어 음악인, 뇌전증 어린이 및 가족, 암 경험자들과 함께 곡을 쓰고 노래하는 작업을 이어갔다. “처음엔 참여자를 정해 놓고 하니까 그분들을 너무 대상화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더군요. 모두가 함께 어우러져서 잘사는 것이 우리의 최종 목적인 만큼 참여 대상을 확대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코로나19 확대로 이동과 만남이 제한되다 보니 오히려 멀리 있는 사람과 연결됐으면 하는 반골 기질도 작동했죠.”
온라인으로 진행된 뮤지로컬 시즌1에선 ‘여긴 성미산’(서울), ‘밥 한끼 해요’(대전), ‘그 향기’(대구), ‘함께 해 봄’(광주) 등의 노래가 나왔다. 각기 다른 곡을 만들었던 시즌1과 달리 시즌2는 하나의 선율에 다른 가사를 붙이고 새로운 편곡을 입히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지난 6월 15일 울산 밴드 룬디마틴의 보컬 김민경이 참여한 ‘울산 디스코’가 먼저 나왔고, 15일 ‘목포 디스코’(가수 이기한 참여)가 공개된 데 이어 내달 15일 ‘춘천 디스코’(밴드 모던다락방 멤버 김윤철 정병걸 참여)가 나온다.
이한철은 뮤지로컬 시즌1에 참여한 지역 음악가들과 함께 '고라니 클럽'이라는 프로젝트 밴드도 만들었다. 시즌2 참여 음악가들 역시 이 팀에 가세했다. 8인조로 확대된 고라니클럽과 뮤지로컬 참가자들은 10월 1일 서울 구로구 신도림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리는 '나우패밀리콘서트' 무대에 설 예정이다.
음악 창작 작업은 '음악의 주인공이 되는 경험'을 주기도 하고 참가자들의 마음을 이어주기도 한다. 암 경험자들이 모여 만든 룰루랄라 합창단이 3기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이유다. "처음엔 합창단원이 세상을 떠나게 될 경우 슬픔을 감당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됐어요. 그런데 막상 그런 상황이 되니 단원분들이 돌아가면서 장례식장을 지키며 애도하고, 다시 씩씩하게 합창단 활동을 이어가더군요. 이분들이 마음의 스크럼을 짜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노래의 주인이 된다는 것이 특별한 의미를 주기도 합니다. "
이한철의 다음 목표는 뮤지로컬을 전국 각지로 이어가는 것이다. “뮤지로컬이 여러 지역의 음악가들을 연결해주고, 그들이 투어를 하며 음악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마련됐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