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나온 결론... "노근리 사건, 국가 배상책임 없다"

입력
2022.07.14 22:00
"주한미군민사법은 노근리 사건 적용 불가"
'경찰의 직무유기' 주장에도 "증거 부족해"

대법원이 6·25전쟁 당시 미군의 총격으로 수많은 피란민이 목숨을 잃은 '노근리 사건'과 관련해 국가의 불법행위는 없었다고 최종 판단했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4일 노근리 사건 피해자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노근리 사건'은 6·25전쟁 초기인 1950년 7월 말 충북 영동군 노근리 경부선 철도와 쌍굴다리 일대에서 미군의 공중 폭격과 총격으로 피란민 수백 명이 숨진 사건이다. 한미 양국의 공동조사로 미군의 인권침해 사건으로 결론 났고, 한국 정부는 희생자 226명(사망자 150명, 후유장해 63명, 행방불명 13명)과 유족 2,240명을 공식 인정했다.

유족들은 2015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967년에 제정된 주한미군민사법 제2조 1항을 노근리 사건에도 유추 적용해야 하고 △경찰의 직무유기가 있었기 때문에 한국 정부에 배상 책임이 있다는 취지였다. 주한미군민사법 제2조 1항에 따르면, 미군 구성원이 국내 영토에서 한국 정부 이외의 제3자에게 손해를 가했다면 한국 정부는 그에 대한 배상 책임을 진다.

하지만 법원은 유족들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하급심 재판부는 "전쟁 중 혼란스러웠던 시대 상황, 경찰이 피란민 통제 업무를 수행한 경위 등을 비춰 보면 경찰의 직무유기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주한미군민사법의 경우 부칙상 1968년 2월 10일부터 적용될 수 있으므로, (18년 전에 일어난) 노근리 사건에는 적용될 수 없다"고 봤다.

대법원도 이날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주한미군민사법이 시행되기 전에 미군에 의해 발생한 민사상 손해에 관해선 미국에 대해서만 배상을 구할 수 있고, 노근리 사건에는 적용될 수 없다"며 "경찰의 직무유기를 인정할 증거도 부족하다"고 밝혔다.


박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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