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훈 감독이 연출했다. 1,000만 관객 영화 ‘도둑들’(2012)과 ‘암살’(2015)을 잇달아 선보인 흥행술사다. 청춘 스타 류준열 김우빈 김태리가 출연했고, 소지섭 김의성 염정아 조우진 등 중견배우들이 힘을 보탰다. 1, 2부를 동시에 촬영했다. 1부에 들어간 돈만 330억 원이다. 2부 제작비에 마케팅 비용까지 포함하면 총제작비가 700억 원을 넘는다. 20일 개봉하는 ‘외계+인’ 1부는 외형만으로도 기대를 한껏 품게 만들 만하다. ‘외계+인’ 1부는 ‘한산: 용의 출현’ ‘비상선언’ ‘헌트’와 함께 올여름 극장가 빅4 중 하나로 꼽힌다.
‘외계+인’ 1부는 신검의 존재를 쫓는 고려 말 도사들의 사연과, 외계인이 출몰한 현대를 오가며 이야기를 전개한다. 외계인이 인간의 몸을 감옥으로 활용한다는 설정으로 도술과 로봇, 신선과 우주선 등 과거와 현대의 판타지를 결합시킨 게 흥미 포인트다. ‘외계+인’ 1부는 지난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 극장에서 언론시사회를 열고 첫선을 보였다. 한국일보 대중문화 담당 기자 3명이 함께 관람한 후 의견을 나눴다.
고경석 기자(고)=“감독의 이전 영화들에서 벗어난 재미가 있다. 블록버스터를 표방한 영화이긴 한데 고려 시대와 현재를 연결한 독특한 SF에 B급 코미디 색채가 가미돼 뜻밖으로 좋았다. 예상과 다른 영화였다.”
송옥진 기자(송)=“최동훈 감독 하면 ‘타짜’(2006)나 ‘암살’, ‘도둑들’이 떠오르는데 이런 영화들과는 전혀 다른 세계를 선보인다. 한국 영화 중에 이런 작품은 처음인 것 같다.”
라제기 기자(라)=“최동훈 감독 하면 떠오르는 인장이 많이 지워지고 그 자리에 물량과 볼거리가 채워졌다. 최 감독 영화는 이야기의 아귀가 딱딱 맞았는데, 이번에는 뭘 보여줄까에 더 신경 쓴 느낌이다.”
고= “최 감독은 범죄물 속 서스펜스 연출과 캐릭터 구축, 배우 활용 등에서 탁월한 재능을 발휘했다. 반면 판타지나 퓨전물은 상대적으로 아쉬웠다. ‘외계+인’ 1부는 굳이 비교하자면 ‘전우치’(2009)와 비슷한 인상을 준다.”
라=“최 감독은 아날로그적 감독이라 여겼다. 디지털 기술로 구현된 스펙터클보다 이야기 본연에 충실하려 한다고 생각했다. 이번 영화는 반대다.”
송=“한국 영화에서 보지 못하는 내용과 장면들이 나와 좋았다. 하지만 기시감이 드는 장면도 많았다. 우주선 모양은 할리우드 영화 ‘컨택트’(2016)를 떠올리게 했다. 외계인 몸에서 촉수가 나와 공격하는 장면, 시간을 오가는 설정도 많이 봤던 것들이다.”
라=“컴퓨터그래픽(CG)이 아주 빼어나다고 할 수 없으나 보는 데 지장 없는 정도로 구현됐다. 고려 말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는 재미있고, 현대 배경은 도식적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더라. 고려 말과 현대를 오가며 영화가 재미있다가 재미없어지고 다시 재밌다가 재미없어지는 게 반복됐다.”
고=“고려 말 배경 이야기가 더 새롭고 다채롭게 느껴진다. 화면 구성과 흐름, 캐릭터 배치 등에서 오히려 현대 배경이 단조롭고 옛 방식처럼 보인다.”
라=“외계인이 자신들의 죄수를 인간 몸에 가둔다는 게 주요 설정 중 하나다. 고려시대 요괴가 있었고 이를 처치하는 도사가 있었다는 전설을 현대와 연결시키기 위한 장치다. 흥미로운 아이디어인데 시대상과 사회상을 반영하진 않는다.”
고=“관객은 자신의 욕망이나 두려움, 호기심, 삶과의 연관성이 있을 때 영화에 더 깊이 빠져 드는데 외계인 설정은 그런 요인이 약간 부족한 듯하다. 관객을 몰입시킬 만한 서사가 아니라서 그런지 전체적 내용보다 개별 에피소드에서 재미를 느꼈다. 특히 염정아와 조우진의 연기 앙상블, 유머 넘치는 대사, 도술에 활용되는 장치 등이 흥미로웠다.”
송=“왜 죄수를 인간의 몸에 가뒀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우주 곳곳을 쉽게 오가는 고도문명을 건설한 지적 생명체가 굳이 인간 몸에 죄수를 가두는 수고를 감수할까 싶었다.”
고=“이야기마다 그에 맞는 플랫폼이 있을 것이다. ‘외계+인’ 1부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더 어울리는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물이 많고 정보량도 많으니 영화보다 8~12부 정도의 시리즈가 더 어울렸을 것 같다.”
라=“절대 동감이다. 1부 상영시간 2시간 20분 중 반 넘는 분량이 전개에 해당한다. 2부까지 포함하면 5시간 가까이 될 텐데 관객은 이를 고려하지 않고 이야기 흐름이 느리다고 생각할 수 있다.”
송=“따라갈 게 너무 많기는 하다. 고려 말과 현대가 어떻게 연결된 건지, 신검이 무슨 역할을 하길래 다들 이 물건을 쫓는 건지 계속 생각하면서 봐야 한다. 시각적으로 쉼 없이 보여주는 게 많아 조금 피로감도 느껴진다.”
라=“제작비 절감을 위해 ‘신과 함께’ 시리즈처럼 1, 2부를 함께 촬영했는데 ‘신과 함께’ 1, 2부는 하나씩 완결된 이야기다. 1부를 안 봐도 2부를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외계+인’은 1부와 2부가 연결되는 이야기다. 2부까지 봐야 온전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듯하다.”
송=“1부를 본 관객들이 마음에 안 들면 2부는 안 볼 가능성이 크다. 1부를 안 봤으면 2부는 당연히 안 볼 듯하다. 위험도가 큰 기획이다.”
고=“주변에는 대체로 관람을 권유하고 싶다. 감독의 전작인 '암살'이나 '타짜' '도둑들' 같은 영화를 기대하진 말고 봤으면 한다. 새로운 한국영화를 보고 싶다면 볼 만하다.”
송=“대박 정도는 아니지만 돈 버렸다는 생각도 들지는 않았다. 재미있게 시간 보낼 수 있는 영화다. 확실한 볼거리들이 있다.”
라=“오락이라는 면에서는 긍정적이다. 최 감독의 장기, 특징을 잊고 보면 여름에 즐기기 적합하다.”
※여름은 극장가 최대 대목입니다. ‘외계+인’ 1부를 시작으로 ‘한산: 용의 출현’ ‘비상선언’ ‘헌트’ 등 한국 영화 대작 4편이 차례로 개봉합니다. 독자분들의 옳은 선택을 위해 대화로 풀어낸 작품 분석 코너인 ‘톡톡 리뷰’를 개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