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물가가 9%를 뚫으면서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공격적인 긴축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졌다.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제압하기 위해 연준이 이달 말 '금리 1%포인트 인상'이란 초강력 긴축의 칼을 빼들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13일(현지시간)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9.1% 상승했다는 발표가 나오자, 시장은 재빨리 기준금리 전망을 수정했다. 9.1%는 월가의 예상치(8.8%)와 전월 상승률(8.6%)을 모두 뛰어넘은 수치다.
기준금리를 전망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26~27일(현지시간)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1%포인트 인상할 확률은 77.4%에 달한다. 물가 발표 직전 7%대에서 무려 10배가량 치솟은 결과다. 일본계 투자은행(IB) 노무라는 이날 "연준이 7월 1%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7월 이른바 '울트라 스텝(1%포인트 인상)'에 이어 9월 FOMC에서 추가로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이 단행될 수 있다고 보는 확률도 75.8%에 이른다. 시장은 이날 현재 약 43%의 확률로 올 연말 미국 기준금리가 3.75~4.00%에 이를 수 있다고 봤다. 미국의 4%대 금리는 2008년이 마지막이었다.
블룸버그통신은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제압하기 위해 1990년대 초 이후 약 30년 만에 1%포인트라는 역사적인 금리 인상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인은 고물가에 분노하고, 전문가는 연준의 뒤늦은 초기 대응을 비판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준 내부에서도 이달 FOMC 테이블에 울트라 스텝 논의안이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연준 내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로 알려진 라파엘 보스틱 애틀란타 연방준비은행 총재마저 CPI 발표 이후 금리가 1%포인트 오를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고물가를 누르기 위한 연준의 광폭 행보가 현실화할 경우 한국은행의 부담은 재차 커질 수밖에 없다. 한은은 13일 사상 첫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면서 미국과의 기준금리 차이를 재차 0.5%포인트로 벌였다. 하지만 이달 연준이 최소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양국 간 금리 역전이 불가피해졌다. 한은은 연내 추가 빅스텝 가능성엔 선을 그었지만, 미국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리는 한 인상 속도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