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4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제2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고 취약층의 부채 부담 완화를 골자로 한 금융분야 민생안정 대책을 내놓았다. 정부는 그간 상환유예 중심이던 취약층 구호체계를 오는 9월로 마무리하고, 10월부터 상환 부담 경감 중심의 재무구조 개선 지원체계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30조 원 규모 부실채권을 매입해 채무를 재조정해주는 새출발기금을 활용하고,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고정금리로 전환하는 안심전환대출 공급도 25조 원으로 기존보다 5조 원 늘린다. 10월 이후에도 급격한 대출 회수가 없도록 ‘주거래 금융기관 책임관리’를 추진하고, 청년을 위한 전세대출 대상과 한도도 확대하기로 했다.
이 같은 조치는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현상으로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 0.5%포인트의 ‘빅스텝’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데 이어,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0여 년 만에 가장 높은 9.1%를 기록하면서 이달 말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른바 ‘울트라스텝(기준금리 1.0%포인트 한번에 인상)’을 밟을 가능성도 커진 상황이다. 연준의 보폭이 예상보다 커지면 ‘연말 기준금리 3% 수준’을 시사한 한은도 금리를 더 올릴 수 있다.
고금리는 불경기를 부르는 동시에, 채무자의 이자 부담을 늘려 특히 취약계층에 직격탄이 된다.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1,860조 원의 가계부채 가운데 상환능력이 낮은 2030세대 부채 비중이 27%(508조 원)에 달하고 자영업자 대출의 9.2%(82조 원)는 ‘부실위험 대출’이었다. 윤 대통령이 이날 “금리 인상은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이지만, 그 부담이 사회적 약자에게 전가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언급한 것도 이 같은 위험요소 때문이다.
고물가와 고금리는 당분간 모두가 분담해야 할 고통이지만 그 과정에 낙오되는 사회 구성원이 없도록 정부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취약층 보호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