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추천위)가 14일 이균용 대전고법원장, 오석준 제주지법원장, 오영준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 3명을 9월 임기를 마치는 김재형 대법관의 후임 후보로 추천하면서 최고위 법관에 대한 인사 검증 소관 논란이 재차 불거졌다. 특히 윤석열 정부 들어 폐지된 민정수석실을 대신해 대통령 임명 공직자의 검증 업무를 맡은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관리단)이 법관까지 검증 대상으로 삼으려 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관리단이 대법관 후보 검증을 강행한다면 행정부 조직이 사법부 인사에 깊숙이 간여해 헌법상 삼권분립 원칙을 훼손한다는 우려를 살 수밖에 없다. 더구나 현 정부 임기 동안 대법관은 14명 중 13명, 헌법재판관은 9명 전원이 교체된다. 이번 대법관 후보 추천으로 윤 대통령의 첫 대법관 임명 절차가 본격화한 만큼 향후 대법원장의 최종 후보 제청, 국회 인사청문회, 대통령 임명으로 이어질 인사 절차에서 논란 여지를 남기지 않는 선례를 세워야 한다.
그간 대법관 후보 인사 검증은 대법원 소속 법원행정처가 담당해왔다. 후보들은 국민 천거를 받을 때 한 번, 제청 후보로 추천됐을 때 또 한 번 검증 동의 절차를 거친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공직 후보자는 관련 규정상 대통령실도 인사 검증 권한을 갖지만, 청와대 시절에도 대법관 후보 검증만큼은 민정수석실이 관여하지 않고 대법원에 일임하는 관행이 있었다. 사법부 독립을 존중하며 대법원장이 제청권을 온전히 행사하도록 배려한 걸로 볼 수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이날 추천위에 참석하면서 "대법관은 과거에도 민정수석실을 비롯한 행정부의 인사 검증 대상이 아니었고, 법무부 역할도 거기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점은 다행스럽다. 법무부 장관은 추천위 당연직 위원이라, 윤 대통령 측근인 한 장관이 대법관 후보 추천과 검증 모두 참여해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할 거란 우려도 컸었다. 다만 정부는 한 장관의 구두 발언을 넘어 이런 방침을 공식화해야 한다. 현행 법령에 '대통령이 임명·위촉하는 직위'로 규정된 관리단 검증 대상을 보다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것도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