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파 깨질라"... '아베 후임 보스' 뽑는 대신 집단지도체제로

입력
2022.07.14 16:00
자민당 내 최대 파벌 아베파, 지도부 공백 상태
유력한 후계자 없어, 집단지도체제 가능성
과거에도 회장 선출 놓고 파벌 깨진 적 있어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사망 후 '지도부 공백' 상태를 겪고 있는 자민당 최대 파벌인 '아베파'가 당분간 후임 회장을 뽑지 않고 '집단지도체제'로 운영해 나가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아베 전 총리가 생전에 후계자를 키우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후임 회장을 뽑았다가는, 여기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파벌을 떠나는 등 자칫 파벌이 깨질 수도 있어서다.

아베파와 非아베파 함께 파벌 '운영'

14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아베파는 현재 공동으로 회장 대리를 맡고 있는 시코무라 하쿠분 전 정조회장과 시오노야 류 전 문부과학장관 2명을 집단 합의체 대표로 두고, 다른 주요 인사들을 합의체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집단합의체 참가 후보로는 △세코 히로시게 자민당 참의원 간사장 △니시무라 야스토시 전 경제재생장관 △다카기 쓰요시 국회대책위원장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 △하기우다 고이치 경제산업장관 등이 거론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젊은 의원들 중에는 후쿠다 다쓰오(55) 자민당 총무회장에 대한 기대도 많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해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3선 이하 의원과 ‘당풍 일신의 모임’을 조직해 파벌에 얽매이지 않는 투표를 호소한 적 있다. 그의 조부 후쿠다 다케오와 부친 후쿠다 야스오는 모두 총리와 파벌 회장을 지냈다.


"분열 반복하지 말자"...아베파 주요 인사 '단결' 강조


집단지도체제가 파벌 운영의 대안으로 부상하는 가운데, 아베파 주요 인사들은 단합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세코 간사장은 12일 기자회견에서 “(아베파가) 일치단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나가 되어 아베씨의 유지를 잇는다”고 말했다. 시모무라 전 정조회장도 앞서 11일 방송에 출연해 “사분오열하지 않아야 한다고 모두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장 선출을 놓고 분열했던 과거를 반복하지 말자는 호소다.

아베파는 1990년대에 회장 교체를 둘러싸고 파벌이 쪼개진 아픔 경험을 갖고 있다. 특히 1991년 5월 아베 전 총리의 부친으로 회장을 맡고 있던 아베 신타로가 병으로 세상을 떠나자, ‘4천왕’이라고 불리던 미쓰즈카 히로시(塚博)와 가토 무쓰키(加藤月)가 벌인 ‘삼육(三六)전쟁’이 유명하다.

미쓰즈카가 승리해 결국 회장직을 맡았으나, 파벌 내 갈등은 지속됐다. 미쓰즈카가 자민당 총재 선거에 나섰을 때, 가토 측 의원들은 미쓰즈카를 지지하지 않아 제명당했고 10명 정도는 아예 파벌을 떠났다. 1998년 모리 요시로 전 총리가 회장직에 오를 때도 같은 이유로 20명 이상이 파벌을 나갔다.

집단지도체제가 해답이 될 수 없다는 우려도 있다. 지도체제 내에서도 주도권을 잡기 위한 파벌 간 다툼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요미우리는 “그동안 아베파가 하나로 단합됐던 것은 아베의 존재 때문이었다”며 “집단지도체제는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계파 내 의견 대립이 표면화하면 분열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당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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