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보통 월급쟁이'로부터 걷은 1인당 세금이 5년 만에 21만 원 늘었다. 월급은 29% 늘어난 반면 소득세가 42% 증가한 탓이다. 전체 증가액은 7조 원에 달한다. 사실상 직장인 증세를 일으킨 주범은 10년 넘게 묶인 과세표준(과표)이다. 현행 중·저소득층 근로소득세(근소세) 과표 구간인 △1,200만 원 이하(세율 8%) △4,600만 원 이하(15%) △8,800만 원 이하(24%)는 2008년에 틀이 잡혔다.
15년째 '요지부동 과표'는 명목임금이 올라 높은 세율을 적용받는 과표 구간에 진입하면 기계적으로 세금을 더 걷는 구조를 고착화했다. 실질임금이 찔끔 올라 사는 형편은 예년과 비슷한 직장인도 세금을 갈수록 많이 내는 것이다.
이는 한국일보가 14일 국세통계연보를 활용해 분석한 '2010~2020년 근소세 납부 현황'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과표 8,800만 원 이하 중·저소득 직장인의 1인당 연간 근소세(결정세액 기준)는 2015년 180만 원에서 2020년 201만 원으로 21만 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저소득 직장인이 281만 명 늘어난 요인을 제거한 셈법으로 그만큼 세 부담은 커졌다. 2020년 1인당 근소세는 2010년 115만 원에 비교하면 86만 원 올랐다. 중·저소득 직장인 증가를 반영한 전체 근소세 수입은 2020년 23조6,090억 원으로 2015년 대비 약 7조 원 늘었다.
물론 근소세 증가 원인으로 물가 상승률 정도로 오르는 임금 인상을 무시할 순 없다. 하지만 낡은 소득세 과표도 한몫했다. 2020년 중·저소득 직장인이 낸 전체 근소세는 2015년보다 42.1% 뛴 반면 총 급여는 28.9%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10년과 비교해도 근소세 증가율 124.3%는 총 급여 증가율 95.9%를 웃돈다.
임금보다 세금이 더 빠르게 늘어난 건데 과표 1,200만 원, 4,600만 원 선을 넘어 기존보다 높은 세율을 적용받은 중·저소득 직장인이 많아져서 발생한 현상이다. 세금 증가폭이 임금 인상폭을 앞지른 결과, 중·저소득층 직장인 근소세를 총급여로 나눈 실효세율 역시 2010년 3.22%, 2015년 3.34%, 2020년 3.68%로 높아졌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만약 소득세 과표가 물가만큼 올랐다면 직장인 세금은 기존 세율을 유지해 임금과 비슷한 속도로 증가하고 실효세율 역시 일정했을 것"이라며 "현 소득세 과표는 직장인 세 부담을 키우고 있어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관련 문제를 인식하고 기획재정부에 "중산층 세 부담 경감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기재부는 21일 세법개정안 발표를 앞두고 소득세 과표 상향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