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한국전쟁 70주년을 계기로 멕시코 현지에서 시작한 '한국전 멕시코 참전용사 찾기 캠페인'이 2년이 흘렀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다양한 노력 끝에 5명의 생존용사, 5명의 작고한 참전용사의 가족을 찾게 됐고, 작년 4월 24일 마침내 멕시코 참전용사회가 출범했다.
특히 지난 6월 26일부터 7월 3일에는 로베르토 시에라 바르보사(92),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알마다(92), 안토니오 로사노 부스토스(88) 등 3명의 참전용사와 작고한 용사 가족 등 총 17명이 그토록 그리던 한국을 방문했다. 방한단은 전쟁 폐허 속에서 70년이 채 되지 않는 세월 동안 세계적 국가로 발돋움한 한국의 모습을 직접 보며 놀라움과 함께 자랑스러워했다.
인천상륙작전에 참가한 참전용사회장 로베르토씨는 "전쟁 후 본격적인 경제개발이 시작된 지 불과 50년 만에 놀라운 성장을 이룬 것은 한국의 높은 교육 수준, 규범 준수 의식 등이 바탕이 되었기 때문이다"라고 극찬했다. 그는 입국 후 코로나19 검사에서 확진되기도 했는데, 각 기관의 협력과 노력으로 중앙보훈병원에서 의료지원을 받아 일주일 만에 건강히 퇴원할 수 있었다. 로베르토씨 부인 베르타씨는 의료진들의 헌신적 노력에 "천사들이 내 곁에 있는 것 같다"며 감사함을 표시했다.
퇴원 후 로베르토씨 부부는 멕시코 참전용사 특별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전쟁기념관을 방문했다. 한국전 당시 전황이 그려진 지도 앞에서 만난 주한미군들은 한국전 참전용사라는 소개를 받고는 노병에게 경례를 하며 사진찍기를 청하기도 하였다.
그러던 중 유엔기념공원을 묘사한 장소를 지나면서, 묻어뒀던 이야기 하나를 들려줬다. "어느 날 정찰 중 매복팀의 습격을 받았고 많은 전우들이 다쳤습니다. 그 중 한 전우는 제게 '다시 한국에 오게 되면 나를 꼭 찾아주기 바라네'라고 말했고, 나는 '그러겠다'고 약속했지요. 불과 2분도 채 지나지 않아 그 전우는 숨을 거뒀습니다."
이 말을 들은 전쟁기념관 측은 '혹시 그분의 성함을 기억하신다면 전쟁기념관 전사자명비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했고, 로베르토씨는 '존 윌리엄 존슨'이란 이름을 알려줬다. 그리고 관람을 마칠 무렵, 마침내 전쟁기념관 측은 전사자명비에서 그 전우의 이름을 찾았다고 알려왔다. 명비 앞으로 간 로베르토씨는 휠체어에서 일어나 거수경례를 하며 눈물을 흘렸다.
"70년이 흘렀지만 나는 그 전우와 약속을 지켰습니다. 이제야 좀 마음이 편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로베르토씨는 멕시코 참전용사회장으로서 더 많은 전우들을 찾는 활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을 떠나며 그는 '아디오스'(안녕)가 아닌 '아스따 쁘론또'(곧 다시 만나요)로 작별인사를 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