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임신중지(낙태) 약물 허용 범위를 넓히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언급한 건 오하이오주에 사는 소녀의 비극적 사연이다. 소녀는 성폭행을 당해 임신했지만, 오하이오주법상 임신중지를 할 수 없었다. 소녀는 자동차로 약 4시간 거리인 인디애나주로 가서 임신중지 수술을 받았다.
연방대법원이 임신중지권을 보장하는 '로 대(對) 웨이드' 판례를 폐기한 이후 알려진 이 사연에 전 세계가 경악했다. 너무 비극적인 탓에 진위마저 의심받는 터에 성폭행범이 붙잡혔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등은 소녀를 성폭행한 피의자 게르손 푸엔테스(27)가 1급 강간 혐의로 기소됐다고 보도했다. 유죄가 판결되면 최고 종신형을 받는다. 경찰은 "범행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푸엔테스의 유전자(DNA) 샘플을 채취해 검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을 첫 보도한 콜럼버스 디스패치에 따르면 소녀의 어머니는 지난달 22일 딸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됐다. 오하이오주의 병원에서 임신중지 수술을 받기로 하고 기다렸다. 이틀 뒤 대법원 결정이 나오면서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 대법원 결정과 동시에 오하이오주가 '임신 6주 이후 임신중지'를 전면 금지하면서다. 당시 소녀는 임신 6주 3일 차였다.
오하이오주의 한 의사가 인디애나폴리스의 산부인과 의사 케이틀린 버나드에게 도움을 요청하면서 소녀의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졌다. 사연이 더없이 극적이라는 이유로 "임신중지 찬성 여론을 키우기 위한 가짜 사연 아니냐"는 의심이 일었으나, 피의자가 체포되면서 논란이 해소됐다. 크리스티 노엠 사우스다코타 주지사는 CNN 인터뷰에서 "소녀가 누구인지보다 소녀를 성폭행한 강간범이 무슨 짓을 했는지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