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13일 '코로나19 재유행 대비 방역·의료 대응 방안'을 발표하며 '과학 방역'이란 표현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내놓은 건 '과학적 코로나 위기관리'다. 코로나가 방역정책을 넘어 사회 전체에 영항을 미친다는 게 이유다.
방역당국은 전날 언론 대상 사전설명회에서 "앞으로 과학 방역이 아니라 과학적 코로나 위기관리라는 표현으로 통일해 쓰겠다"며 "코로나19의 영향권에는 방역 외에 의료 대응, 사회적 대응, 경제·산업적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확보한 과학적 근거를 최대한 활용해 의사결정을 합리적으로 내리겠다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과학 방역'은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정치 방역 하지 않고 과학 방역을 하겠다'며 야심 차게 제시해 단번에 윤석열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정체성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정치권과 언론은 물론 국민들 사이에서도 숱하게 인용되자 방역당국이 직접 정리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새로 꺼내 든 과학적 코로나 위기관리도 윤 정부 방역의 모토인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다'는 점은 동일하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에는 제한된 정보의 한계가 있었지만 2년 여간 데이터가 쌓였고 전문가 집단도 늘어나 이제는 여건이 조성됐다는 것이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초기에는 전 국민 거리두기 같은 일률적 정책을 펼 수밖에 없었지만, 이제는 집단의 특성을 고려한 세밀한 정책이 우리가 추진할 방향"이라고 말했다.
반면 끊임없이 변이가 발생하는 코로나바이러스의 특성상 불확실성도 여전하다. 당장 이번 대유행이 정점에 이르는 시기(8월 초~10월 초)와 하루 최대 확진자 규모(11만~20만 명)에 대해서도 질병관리청과 각 기관들의 예측이 일치하지 않는다. 전파율 등을 기준으로 시뮬레이션을 하는데, 국내에서 우세종을 예약한 오미크론 하위 변이 BA.5나 해외에서 확산 중인 BA.2.75 등은 아직 바이러스의 정체도 완전히 파악되지 않은 상태다. 때문에 일각에선 방역 당국이 '과학 방역'이란 단어에 대해 부담감을 느끼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정기석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중대본 브리핑에 참석해 "아무런 데이터도 없는 경우가 생길 수 있지만 국내 최고 전문가들이 집단지성으로 결론을 내면 그것도 하나의 과학적 근거라고 의학에서는 간주를 한다"며 "어떤 근거를 갖고 일을 하는지 자문위가 잘 감시하고 권고를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