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출근길 약식 기자회견, 이른바 도어스테핑을 원거리에서 재개한 것을 두고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13일 "국민에게 신뢰감을 줘야 한다"며 중단을 권했다. 내각 인사를 비롯해 아내 김건희 여사의 봉하마을 지인 대동, 6촌 동생의 대통령실 근무까지 사안마다 직접 답변을 내놓는 윤 대통령을 "본변인"이라고 일컬으며 "(윤 대통령이) 다 말씀해버리니까 대변인 역할이 없다"고도 꼬집었다.
박 전 원장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언어는 신중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박 전 원장은 특히 약식회견을 중단했다 다음날 바로 재개한 즉흥적인 행보가 국민 신뢰를 주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공자님도 제일 중요한 게 무신불립(無信不立‧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다)이라는데 (약식 회견을) 어제 안 한다고 했다가 오늘 시작해 오락가락하는 것"이라는 말이다.
박 전 원장은 정권 초반부터 도어스테핑을 우려했다. 도어스테핑이 호평받던 지난 달 중순에도 "도어스테핑에서 한마디씩 새어버리고 있다. 영국 총리도 다우닝가 10번지(총리 집무실)에 서서 매일 하지 않는다"며 "도어스테핑도 좀 정제되고 참모들의 의견을 들어서 말씀하시고, 차라리 한 달에 한 번씩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갖는 게 어떻겠는가(17일 KBS라디오 '주진우 라이브')"라고 제안한 바 있다.
도어스테핑 원거리 재개에 박 전 원장은 "이제 대변인 역할이 나오는구나 했더니 다시 본변인이 등장하면 도어스테핑할 때 옆에 서 있는 것 외에 대변인의 역할은 없는 거"라고 지적했다.
경남 양산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에 욕설 시위를 한 극우 유튜버 안정권씨의 누나가 대통령실에 근무한 것을 두고 대통령실이 '문제 삼는 건 연좌제'라고 반응을 보인 것을 두고도 "그것 때문에 대통령 지지도가 떨어지는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박 전 원장은 "대통령실은 다 법대로 하니까 그건 맞는 말"이라면서도 "정치는 상식인데, 그게 용납이 되겠냐"고 되물었다. 이어 "누나가 대통령실에 있다든지 하면 (시위를) 자제를 해줘야지 괜찮다고 하면 국민은 '참 끼리끼리 해먹는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지인 동행, 6촌 동생 대통령실 근무 등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 같냐'는 사회자 질문에 박 전 원장은 "윤석열 정부 특징 중 하나는 공과 사를 구별 못 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대통령께서도 6촌 동생 얘기를 하면서 '선거 때부터 같이 일해보니 능력이 있어서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하면 되는데 (정치적 동지라고 말했다), 아니 윤 대통령이 언제부터 정치했다고 정치적 동지가 있냐"고 꼬집었다.
한편 안정권씨의 누나 안모씨는 대통령실 근무 사실이 알려진 직후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씨는 안정권씨의 영상 플랫폼 '벨라도'에서 근무하다 작년 11월 윤석열 대선 캠프를 거쳐 대통령실에 임용됐다. 안씨는 캠프에서 영상 편집 등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