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13일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기준금리를 세 차례 연속으로 올린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24년 만에 6%를 뚫고 폭주하는 물가를 잡기 위해 극약 처방을 내린 것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올 연말까지 금리를 연 3%까지 올릴 수 있다고 시사했다.
이날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한 연 2.25%로 결정했다. 한은 역사상 첫 빅스텝으로, 금통위원 6명(1명 공석)의 만장일치였다. 4월과 5월에 이어 세 차례 연달아 금리를 인상한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기준금리가 연 2.25%가 된 건 2014년 10월 이후 약 8년 만이다. 이 총재는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이상 내린 적은 있어도 올린 적은 처음이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금통위가 빅스텝이란 초강수를 둔 건 천정부지로 치솟은 물가 때문이다. 한은은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4년 만에 최고치인 6%로 급등한 데 이어, 당분간 물가가 더 오를 것으로 봤다.
이 총재는 "올 3분기 말에서 4분기 초 물가가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다만 정점을 찍어도 물가가 빠른 속도로 내려가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전기 및 가스요금 등 에너지 가격을 중심으로 물가가 더 뛸 것으로 보이는 만큼, 선제적이고도 과감한 조치가 필요했다는 뜻이다.
가파른 금리 인상이 불러올 경기 둔화 우려는 금통위의 빅스텝을 마지막까지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었다. 실제 한은은 기준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성장률은 0.2%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산한다. 한은은 지난해 8월부터 약 1년 사이 금리를 여섯 차례에 걸쳐 1.75%포인트나 끌어올렸다.
한은은 현시점에서 우리 경제가 0.5%포인트 수준의 금리 인상을 감내할 수 있고, 또 감내해야 한다고 봤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5월 전망치(2.7%)를 밑돌 것으로 보이지만, 경제 주체들을 코너로 몰고 있는 인플레이션의 속도가 워낙 가파르고 광범위한 탓에 물가 고삐를 죄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 총재는 "연말로 갈수록 경기 하방 위험이 커진 게 사실이나, 2% 중반으로 예상되는 성장률은 여전히 잠재성장률을 웃돌 것"이라고 했다. 이어 "1970년대 1, 2차 유가 파동에서 경험했듯 고인플레이션은 강도 높은 긴축을 통해 상당한 경기 침체 고통을 겪고서야 꺾였다"고 말했다. 당장의 경기 둔화를 우려해 금리 인상을 미뤘다가는 더 큰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이 총재는 "당분간 높은 물가 오름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돼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며 추가 금리 인상도 시사했다. 또 "현재 기준금리(2.25%)가 중립금리 하단에 가까워진 만큼, 금리를 한두 번 더 올려도 긴축이라고 보기엔 어렵다"고 했다.
올 연말 기준금리 전망을 연 2.75~3.0%로 보는 시장 전망에 대해 "합리적 기대"라고 말했다. 금통위가 올해 남은 통화정책방향 회의(8·10·11월)에서 기준금리를 잇달아 0.25%포인트씩 올릴 경우 올 연말 기준금리는 연 3.0%가 된다.
다만 추가 빅스텝 가능성엔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이 총재는 "물가가 향후 몇 달간 지금보다 높은 수준을 보인 뒤 점차 완만히 낮아지는 상황에선 금리를 당분간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장도 "추가 빅스텝엔 선을 그었지만 당분간 물가를 중심으로 연말 3%까지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크다"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