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퉁불퉁’한 다리 혈관이 하지정맥류 주증상?

입력
2022.07.12 18:35
‘다리가 무겁거나 피로한 느낌’을가장 많이 호소

다리를 많이 드러내는 계절인 여름에 신경 쓰일 수밖에 없는 질환이 ‘하지정맥류 (下肢靜脈瘤ㆍvaricose vein)’다. 하지정맥류는 다리ㆍ발 정맥이 확장되고 부풀어 피부 밖으로 돌출돼 보이는 혈관 질환이다.

물론 이 증상이 모든 환자에게 나타나진 않지만 다리 혈관 돌출은 하지정맥류의 특징적인 증상 중 하나다.

대부분 여름철 짧은 하의를 입게 되면서 증상을 발견하고 병원을 찾게 된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 결과, 최근 5년 간 하지정맥류 환자는 꾸준히 늘었는데(2017년 24만723명→2021년 37만7,895명) 지난해 기준으로 7~8월에 환자가 가장 많이 치료를 받았다.

하지정맥류는 다양한 요인이 작용해 정맥이 역류하는 것을 막는 판막에 이상이 생기면서 발생한다. 본래 다리 정맥 내 판막은 혈액이 위쪽으로만 순환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 판막이 망가지면서 다리 혈액이 위로 올라가지 못하고 다리에 정체돼 정맥 압력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혈관이 늘어나는 것이다.

하지정맥류 위험 요인은 다양하다. 가족력, 임신ㆍ출산, 복부 비만, 복압을 증가시키는 만성질환, 하루 6시간 이상 서 있는 직업, 의자에 오래 앉아 있는 직업, 심부정맥혈전증 과거력, 습관적으로 다리를 꼬고 앉는 자세 등이 꼽힌다.

조성신 강동경희대병원 혈관외과 교수는 “특히 가족력이나 유전 요인은 하지정맥류 발생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며 “실제로 하지정맥류 환자의 80% 정도에서 적어도 1명 이상의 가족이 하지정맥류로 치료를 받았거나 치료를 고민하고 있다고 보고된 바 있다”고 했다.

임신은 가족력 다음으로 주요 발병 요인이다. 자궁이 커지면서 복압이 높아지는 물리적 요인 외에도 호르몬 변화 때문이다.

이 같은 위험 요인이 있다면 하지정맥류가 의심되면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종아리에 울퉁불퉁 비치는 혈관은 하지정맥류의 특징적인 증상이지만 자주 다리가 붓고 저리고 쉽게 피로해지는 증상을 더 많이 겪는다.

대한혈관외과학회와 대한정맥학회가 성인 1,024명(일반인 900명, 환자 124명)에게 시행한 조사에 따르면 일반인의 85%는 ‘다리 혈관 돌출’을 대표적인 증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 환자 중 이를 경험한 사람은 절반 이하에 불과했다. 오히려 실제 환자들은 ‘다리가 무겁거나 피로한 느낌’을 가장 많이 호소했고, 발바닥 통증, 잘 때 쥐가 자주 나는 증상 등이 뒤를 이었다.

조성신 교수는 “하지정맥류는 하지 정맥 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생기는 혈관 질환인 만큼 다리가 쉽게 피로해지고 붓고 쥐가 나는 증상이 자주 나타나는데 이런 증상은 아침보다 저녁이나 밤에 두드러진다”고 했다.

조 교수는 “이를 방치해 만성화되면 피부 변색ㆍ경화ㆍ궤양 등 합병증이 생길 수 있기에 다리 혈관 돌출이 없더라도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면 병원에서 진찰을 받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하지정맥류는 혈관 초음파검사로 쉽게 진단할 수 있다. 이는 미리 금식하거나 조영제 투여하는 등의 조치를 하지 않고 비교적 쉽게 검사할 수 있어 환자 부담이 없다.

의료기술 발달로 치료법도 한층 다양해졌다. 근본적인 치료는 정맥 순환을 원활하게 해주는 것이다. 기본적인 치료는 의료용 압박 스타킹 착용이다. 압박 스타킹은 종아리와 발목을 강하게 압박해 혈액을 아래에서 위로 올리도록 도움을 준다.

환자 상태에 따라 수술도 고려할 수 있다. 이전에는 피부를 절개해 문제를 일으키는 혈관을 제거했지만 최근 작은 구멍을 뚫고 문제가 되는 혈관에 도관을 삽입해 열이나 접합제, 경화제를 주입해 폐쇄하는 수술이 많이 시행된다. 혈관을 막으면 다리에 정체되는 피가 없어지고 피는 다른 혈관으로 우회하므로 하지정맥류 증상이 사라진다.

교사ㆍ백화점 직원 등 장시간 서서 일하는 직업인은 하지정맥류 발생 위험이 높기에 휴식 시간 다리를 쭉 펴고 쉬거나 혈액순환이 잘 되도록 틈틈이 마사지하는 등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하지정맥류는 자연적으로 치료되지 않는 질환이기에 꾸준히 관리해도 다리가 저리고 붓는 증상이 심하다면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은 뒤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