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셰프 요리를 구내식당서…특식 강화하는 급식업계의 속내

입력
2022.08.0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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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내식당 식수 회복에…급식업계, 메뉴 강화
식단·운동법 추천…개인맞춤형 건강관리도


4월 경기 안양의 한 게임 개발사 구내식당에는 고급 레스토랑에서나 볼 법한 이색요리가 등장했다. 방송인으로도 활약 중인 정호영 셰프가 준비한 '나고야식 마제 비빔밥'이다. 돼지고기를 매콤한 두반장 소스에 볶은 후 달걀 스크램블과 부추, 대파 등으로 향을 낸 일본식 면 요리인데, 이날은 정 셰프가 구내식당 조리 환경에 맞춰 덮밥 형태로 바꿨다. 정 셰프는 18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구내식당을 찾는 이들의 나이대가 다양해 모든 연령층이 좋아할 수 있는 메뉴를 정해야 했다"며 "조리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고 많은 양을 만들기 쉬운지 따져봤다"고 설명했다.

이날의 특식은 급식업체 삼성웰스토리가 운영하는 '셀럽테이블' 프로모션으로 진행됐다. 스타셰프가 전국의 구내식당을 직접 찾아 자신의 메뉴를 선보이는 서비스다. 정 셰프는 정기적으로 전국 곳곳의 구내식당을 찾아 메뉴 선정부터 조리, 배식까지 직접 하고 있는데, 그동안 충남 천안, 경기 화성 등 방문한 구내식당만 5곳에 달한다.

정 셰프는 일반 식당이 아닌 단체 급식에서는 자신의 레시피가 어떻게 구현될지 궁금했다고 한다. 비빔밥과 돈가스카레우동, 규동까지 세 가지 메뉴를 구내식당에 특화한 레시피로 갖춰놓고, 방문 일정이 잡힐 때마다 해당 기업의 특징이나 이용객 연령대를 고려해 메뉴를 결정한다.

대량 조리하는 구내식당 특성상 면을 미리 삶아놓아야 하는 등 아쉬운 점도 있지만, 정 셰프는 "조리원의 숙련도가 높고 호흡이 잘 맞아 맛을 레스토랑에서 판매하는 음식과 비슷한 수준으로 끌어올렸다"고 자부했다.

특히 서울까지 레스토랑 방문이 어려운 지방 직장인들은 스타셰프의 요리를 편하게 즐길 수 있어 크게 반겼다는 후문이다. 정 셰프는 "구내식당 고객의 반응이 일반 식당 고객보다 더 솔직해 재밌고, 성실히 일하는 직장인에게 특식을 제공하면서 보람도 느껴진다"며 "꾸준히 참여할 계획"이라 밝혔다. 셀럽테이블은 정 셰프 외에도 송훈, 남정석, 김남성 등 여러 분야의 스타셰프들이 다양한 메뉴로 참여 중이다.

삼성웰스토리뿐만이 아니다. 아워홈, CJ프레시웨이 등 주요 업체도 평소 접하기 힘든 고급 요리나, 유명인이 제공하는 음식으로 고객의 환심을 사고 있다. 펜데믹(감염병 대유행)으로 실적 부진에 힘겨워했던 급식업계는 올해 들어 재택근무가 풀리고 구내식당을 찾는 이들이 다시 늘면서 단체 급식 경쟁력 강화가 여느 때보다 절실해졌다. 게다가 고물가에 외식비가 치솟으면서 가성비 높은 구내식당으로 수요가 몰리는 것도 업체들의 경쟁을 더 달구고 있다.



급식업계, '스타셰프'와 손잡는 이유


특히 급식업체들이 가장 신경 써야 할 대상은 현재 기업들의 주요 구성원이 된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다. 개성 강한 이들의 입맛을 만족시키려면 웬만한 바깥 식당 못지않은 트렌디한 메뉴가 꼭 필요하다.

②아워홈은 지난해 말 MZ세대 고객을 겨냥한 프로젝트 개발을 위해 MZ세대로만 구성된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TF팀에서는 인플루언서, 스타셰프 등과 협업해 구내식당에 특식을 제공하는 '아워홈 플렉스 테이블' 프로모션을 기획해 전국 850여 개 사업장에서 주 2,3회 진행 중이다.

③CJ프레시웨이는 외식·식품 브랜드와 협업해 특식 및 디저트 메뉴를 개발한다. 3월 서울식품공업과 함께 개발해 구내식당에 제공한 디저트 '뻥이요 마카롱'은 '펀슈머(Fun+consumer)' 사이에서 인기를 끌어 6월부터 홈플러스에서도 판매 중이다.




여기에 건강과 환경을 함께 고려하는 트렌드에 맞춰 비건 메뉴로 식단을 꾸리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삼성웰스토리는 60가지 채식 메뉴로 구성된 비건 메뉴 '웰그린데이'를 운영 중이고, 아워홈도 최근 '채식 부대찌개' 등 식물성 대체육을 활용한 비건 메뉴 4종을 출시했다. 현대그린푸드는 식자재를 공급 중인 고객사를 대상으로 자체 개발한 대체육 식재료 '베지 미트볼'과 '베지 함박스테이크'를 유통할 계획이다.



개인별 식단·메뉴 추천…급식업체, 건강관리까지 해준다


업체들은 한 끼 식사를 제공하는 데서 나아가 고객의 건강과 생활까지 케어하는 개인맞춤형 서비스도 확대하고 있다. 구내식당 이용 고객의 취식 정보를 인공지능(AI) 기술로 분석해 건강 메뉴와 운동 프로그램을 추천하는 애플리케이션(삼성웰스토리)이나, 식습관 상담과 체력 측정을 통해 맞춤형 식단 및 운동법을 처방하는 서비스(현대그린푸드)도 등장했다.

급식업계 관계자는 "직장인 입장에서는 수준 높은 구내식당 식단과 다양한 맞춤형 서비스도 좋은 복지 혜택이 될 수 있다"며 "높아진 고객 수준에 맞춰 급식업체들은 식단뿐 아니라 고객의 일, 생활, 건강까지 관리해 삶의 질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외식비 상승으로 가성비 높은 구내식당을 찾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업계에서는 하반기 실적 회복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IT기업을 중심으로 재택근무 문화가 확대하고 있고, 원자재 가격 상승의 압박이 지속되는 것은 부담이다. 급식업계 한 관계자는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품목을 파악해 미리 재고를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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