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에 대통령 임시 집무실 안 만든다... '균형발전 공약' 퇴색

입력
2022.07.1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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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 "임시 집무실 뺀 중앙동 입주 추진"
"세종에 집무실 설치" 인수위 로드맵 무산
尹 '지방시대' 구상 상징... 퇴행 사례 속출

올해 10월 완공되는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에 대통령 임시 집무실이 들어서지 않을 전망이다. 중앙동 집무실 설치는 윤석열 대통령의 ‘행정수도 세종 완성’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상징적 조치다. 기존 공간을 활용하면 윤 대통령의 세종청사 근무는 가능하지만, 임시 집무실을 고리로 “지방시대를 열겠다”던 균형발전 구상은 퇴색할 수밖에 없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12일 “조만간 신청사(중앙동) 입주 부처를 결정해 발표할 예정”이라며 “다만 현재 논의되는 입주 기관ㆍ시설 중 대통령 임시 집무실은 없다”고 밝혔다. 정부조직 개편과 대통령 임시 집무실 변수 탓에 입주 부처 결정을 미뤄왔지만 이제 집무실 입주 방안은 제외하겠다는 의미다. 정부 고위 관계자도 “용산 대통령실 조직도 아직 안정이 안 돼 세종청사 임시 집무실 문제까지 고민할 여력이 없다”고 확인했다.

이에 따라 중앙동에는 기획재정부와 행안부 입주가 사실상 확정됐다. 청사 건축ㆍ관리를 맡은 행안부 장관 결재와 대통령 보고가 끝나면 나머지 부처와 기관이 현재 기재부와 행안부가 각각 쓰는 4동, 17동으로 들어간다. 행안부 관계자는 “부처 결정이 더 늦어지면 12월 입주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청사 복판에 지어진 중앙동은 4만3,000㎡ 부지에 연면적 12만5,000㎡ 규모로 지어지는 타워형 건물이다. 당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소벤처기업부, 인사혁신처 등 민간 건물을 임대해 쓰는 기관과 별관에 있는 행안부를 세종청사 중앙으로 옮길 목적으로 2018년 착공됐다.

그러나 올해 대선을 계기로 변수가 돌출했다. 세종 집무실 설치를 국정과제로 확정한 인수위가 4월 △1동 국무회의장을 우선 활용하고 △12월 입주하는 중앙동에 임시 집무실 설치한 뒤 △2027년 국회 세종의사당 개원에 맞춰 비서동과 관저를 갖춘 세종 집무실을 건립하는, 3단계 로드맵을 제시한 것이다. 윤 대통령도 지난해 8월 “세종 집무실을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고 선언했고, 이후에도 세종을 찾아 “세종 집무실서 격주 국무회의 개최, 중앙지방협력회의 세종서 월 1회 개최”(1월 22일), “행정수도 세종을 진짜 수도로”(3월 3일) 등을 약속했다.

임시 집무실이 새 정부 균형발전 정책의 출발점이었던 만큼, 윤 대통령의 지방시대 구호도 빛이 바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익명을 요구한 지방분권 전문가는 “집적을 통한 효율성을 추구하는 보수 특성상, 보수당 대통령 당선인이 인수위 안에 균형발전특위를 설치한 것 자체가 학계에서도 화제가 됐다”며 “추진 동력을 만들지 못하고 단순 화젯거리에 그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균형발전과 관련한 윤석열 정부의 퇴행 조짐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지난달 7일 국무회의에서 반도체 인재 양성을 명목으로 수도권 대학의 정원 증원을 의결한 게 대표적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고사 직전 지방대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외려 수도권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이에 반대하는 비(非)수도권 총장협의회가 6일 하기로 했던 기자회견도 정부의 반대로 무산됐다.

지난달 30일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수도권 시설을 지방으로 강제 이전하는 획일적 분산 정책은 실패했다”고 언급해 지역사회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세종시 관계자는 “균형발전의 주무 부처인 국토부 장관의 발언으로 대단히 부적절했다”고 비판했다.

세종=글·사진 정민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