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12일 대선과 6·1 지방선거 참패를 두고 당내 자신을 겨냥한 책임론이 제기된 것과 관련해 "유구무언이고 죄인의 심정"이라고 밝혔다. 정의당은 잇단 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을 두고 '비례 국회의원 총사퇴' 요구에 이어 '심상정 책임론'까지 제기되면서 몸살을 앓고 있다.
심 의원은 이날 당 홈페이지에 올린 의견서를 통해 "지난 대선은 진보정당의 씨앗을 지켜내야 한다는 심정으로 완주했다"며 "양당의 박빙 구도하에서 완주가 낳은 정치적 부담감, 그리고 2.3%의 저조한 대선 성적표는 지방선거 참패에도 영향을 주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의당의 잇단 참패를 두고 '페미니즘에 몰두하다가 전통적 지지기반인 노동계를 잃었다'는 당 안팎의 비판엔 선을 그었다. 심 의원은 "민감한 성폭력 이슈가 많이 터졌고 그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언론에 많이 부각됐고, 그에 대한 백래시로 '페미당'이라는 공격이 있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면 노동 및 민생 이슈를 부각시키려는 노력을 배가해야 할 일이지, 성평등 노력이 과했다는 식으로 접근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다만 "그동안 지적됐던 의원들의 개인적 돌출 행위에 대해서는 평가할 수 있다"면서 "의원들은 신중하게 처신하고 적극적으로 당적 고려를 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인정했다.
2019년 조국 사태 당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엄호하면서 제기된 '민주당 2중대 논란'도 언급했다. 그는 "조국 사태 국면에서의 오판으로 진보정치의 도덕성에 큰 상처를 남기게 됐다"며 "일전에도 거듭 사죄드린 바 있지만, 당시 결정은 명백한 정치적 오류였다. 제게 두고두고 회한으로 남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민주당과의 관계를 둘러싼 갈등은 오랜 기간 지속된 당의 전략적 모호성에서 비롯된 측면이 큰 만큼, 당의 비전과 전략을 또렷이 해나가는 열린 토론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는 전날 당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제기된 '심상정 책임론'에 대한 답변으로 보인다. 한석호 비대위원은 전날 "1기 정의당 실패는 '심상정 노선'의 실패"라며 "조국 사태에서 정의당은 '민주당 2중대 낙인'을 스스로 이마에 새겼다"고 주장했다.
일부 당원들이 요구하고 있는 비례대표 의원 총사퇴엔 "오랫동안 누적되어 온 당의 실존적 위기에 대한 책임을 2년 남짓 활동한 비례 국회의원들에게 물을 수는 없다"고 반대했다. 그러면서 "책임을 따지자면 그동안 이 당을 이끌어온 리더들의 책임이 앞서야 한다"며 "그중에서도 저의 책임이 가장 무겁다"고 했다. 그는 다만 "더욱더 깊이 성찰하고 위기 극복을 위해 책임질 방안이 무엇인지 숙고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심 의원의 의견서는 한석호 비상대책위원이 정의당 소속 국회의원 전원에게 대선과 지방선거 결과를 포함한 정의당 10년 평가서를 써달라고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심 의원은 현재 정의당의 위기와 관련해 "닥쳐오는 선거에만 집중한 나머지 자강을 위한 노력이 늘 뒷전으로 밀리게 된 것이 오늘의 위기를 심화시켰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