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프리시즌을 보내고 있는 영국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가 친선 경기를 앞두고 강도 높은 훈련을 진행해 화제가 되고 있다. 최근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넘는 찜통 더위 속에서 선수들은 2시간 남짓 훈련을 받았는데, 이런 모습이 3년 전 한국을 찾았던 '날강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7·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비교됐기 때문이다.
특히 손흥민(30)과 해리 케인(29)은 탈진할 정도로 고된 혼련을 소화하며 진지한 자세를 보여준 반면 호날두는 내한 당시뿐만 아니라 현재 태국에서 맨유가 진행하는 프리시즌 투어에도 '노 쇼'로 일관해 이래저래 해외 축구팬들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토트넘 선수들은 지난 11일 오후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안토니오 콘테 감독 등 코칭스태프의 지도 아래 훈련에 돌입했다. 이날 경기장에는 미리 신청을 받아 당첨된 6,000여 명의 팬들이 자리해 손흥민과 동료 선수들이 훈련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이날 훈련 모습은 MBC 유튜브 채널 등에서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다. 경기장에 들어선 선수들은 팬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팬들은 공연장을 방불케 하는 함성을 지르며 선수들을 반겼다. 손흥민이 득점왕에 오를 수 있도록 23호 골을 합작한 루카스 모우라(30)는 훈련 중에도 팬들의 성원에 답하듯 웃으며 손을 흔들어 눈길을 끌었다.
선수들은 공을 주고 받으며 몸을 푸는가 하면 편을 갈라 미니 축구 경기를 했다. 이때 선수들은 실제 경기를 하듯 거칠게 태클을 하고 강하게 슛을 쏘는 등 진지하게 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팬들은 그럴 때마다 "와!" "오우!" 등 탄성을 지르며 놀란 모습이었다.
훈련의 하이라이트는 막바지 경기장을 가로지르는 달리기였다. 모든 선수들이 코치의 호각 소리에 맞춰 달렸다. 한 차례 뛸 때마다 두세 번 왔다갔다 하며 훈련 강도를 높였다. 코치진은 처음에 한 차례 달렸을 때 1분 정도 쉬게 하더니 점차 쉬는 시간을 줄였다. 그러자 숨이 차 오른 선수들은 바닥에 주저 앉거나 쓰러졌다.
이를 지켜 보던 6,000여 명의 팬들은 선수들이 지쳐할 때마다 박수를 치며 응원했다. 특히 에릭 다이어(28) 등 몇몇 선수들은 달리기에 지칠 때쯤 팬들에게 박수를 유도하며 힘을 냈다.
하지만 높은 기온과 습도의 찜통 더위에 선수들은 나가떨어졌다. 케인이 가장 먼저 탈진해 바닥에 드러누웠다. 그는 숨을 고르며 한동안 그대로 있었고, 손흥민도 예외는 아니었다. 바닥에 대자로 누워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쉬었다.
이날 경기는 영국 현지에서도 관심을 쏟았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토트넘 선수들이 잔인한 훈련으로 케인은 구토했고, 손흥민은 쓰러졌다"며 고강도 훈련에 대해 보도했다. 매체는 이같은 훈련을 '마린(해병)'이라는 별명을 가진 토트넘의 피트니스 코치인 지안 피에로 벤트로네가 진두지휘했다고 전했다.
콘테 감독은 프리시즌에 선수들을 그라운드에 몰아넣는 것으로 유명하다. 콘테 감독은 이번에도 선수들을 지켜보며 벤트로네와 함께 선수들을 더 강하게 몰아붙였다.
모든 훈련이 끝난 뒤 선수들은 하나같이 팬들에게 인사하며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손흥민은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경기장을 돌며 팬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팬서비스도 완벽에 가까운 모범생의 모습이었다.
'날강도'와 '호날두'를 합쳐 만들어진 '날강두' 별명의 호날두는 이번에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3년 전 유벤투스 소속 당시 내한한 그는 친선경기에 나서야 하는 계약 조건(최소 45분 이상 출전)이 있었음에도 이를 무시했다. 위약금을 물어야 했어도 말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예 모습조차 드러내지 않았다. 유독 맨유 축구팬이 많은 태국에선 맨유의 프리시즌 투어를 앞두고 친선경기 표가 일찌감치 매진됐다. 호날두를 보기 위해 팬들은 최대 2만5,000바트(약 90만 원)에 달하는 티켓값을 지불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맨유는 이곳에서 리버풀과 경기를 펼친다.
그러나 호날두는 가족 문제 등을 이유로 이번 태국 일정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는 현재 맨유와 계약 기간이 1년 남은 상태지만, 팀이 이번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 나서지 못하면서 이적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프리시즌 투어에 불참한 것으로 보인다는 현지 언론 보도가 이어졌다.
태국 축구팬들의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상황이다. 로이터통신은 "수백 명의 태국 팬들이 공항에 나와 맨유 선수단을 환영했다"면서 "일부 팬들은 호날두가 불참한 것에 실망감을 드러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호날두는 맨유가 프리시즌 투어를 홍보할 때만 해도 구단 포스터에 등장해 투어를 함께 할 것처럼 보였다. 이로 인해 태국 팬들의 실망감은 더한 상황이다. 영국의 더 선은 맨유가 태국에 도착하기 전에 혹시 모를 환불 사태도 우려했다. 더 선은 "호날두가 프리시즌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이번 투어 스폰서는 주최 측에 일부 환불을 요구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호날두의 '노 쇼'를 보며 3년 전 한국에서의 행태를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2019년 7월 서울에서 열린 유벤투스와 K리그 올스타팀의 친선 경기에서 당시 유벤투스 소속인 호날두는 경기 내내 벤치에만 앉아 있었다. 당시 경기장 티켓 가격이 최대 40만 원에 달하는 등 호날두를 보기 위한 한국 축구팬들의 관심은 폭발적이었다.
하지만 경기를 뛰어야 하는 계약 조건에도 불구하고 호날두는 경기에 나서지 않았다. 관중들은 "호날두!"를 외치며 그가 운동장에 나와주길 바랐지만 호날두는 이를 철저히 무시했다.
국내 팬들을 더욱 분노케 한 건 또 있었다. 몸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 경기를 뛰지 않았다는 주최 측의 얘기와 달리, 자국으로 돌아간 호날두가 환한 표정으로 멀쩡하게 운동하는 모습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려서다.
이후 팬들은 경기를 주최한 업체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진행했다. '노 쇼'를 벌인 호날두에게 '날강두'라는 별명이 붙여진 이유다.
맨유는 태국을 시작으로 호주에서 15일과 19일, 23일 각각 멜버른 빅토리, 크리스탈 팰리스, 아스톤 빌라 등과 경기를 펼칠 예정이다. 호날두는 호주에서 열리는 맨유 프리시즌 투어에도 모두 참여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