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한 5명 중 4명이 정신질환을 앓았지만, 사망 전까지 치료나 상담을 받은 비율은 15%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1일 가천대 길병원이 위탁 운영 중인 인천시자살예방센터의 배미남 부센터장과 조서은·강승걸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한 46명을 공동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사망자의 87%(40명)가 사망 전 정신질환을 앓았던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40명 중 사망 전까지 치료나 상담을 받은 경우는 15.2%(7명)에 불과했다.
연구진은 "극단 선택과 정신질환이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으며 정신질환 치료를 지속하는 데 이어 부정적 편견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뒷받침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전체 조사 대상 중 사망 전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경고 신호를 보인 경우는 93.5%(43명)에 달했다. 하지만 이 중에서 경고 신호를 가족이 인식한 사례는 8명에 불과했다. 연구진은 "경고 신호를 가족이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극단 선택을 예방하기 위해선 가족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이 신호를 인식해 적절한 도움을 주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배 부센터장 등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인천지역에서 심리 부검이 진행된 극단적 선택 사망자 46명의 유족 면담 결과를 분석했다. 심리 부검은 고인과 가족의 정신 건강 상태, 심리 사회적 요인에 대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이뤄진다. 배 부센터장은 "극단적 선택 고위험자뿐만 아니라 가족들 정신 건강을 살피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극단 선택 행위와 관련된 요소들을 파악한 뒤 향후 효과적 예방 정책을 마련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