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남부 주에서 여성의 임신중지(낙태) 권한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자, 주 정부 행정권이 미치지 않는 연방정부 관할 해역에서 임신중지 수술을 진행하자는 이색 주장이 제기됐다.
10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멕 오트리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대학 교수 겸 산부인과 전문의는 연방정부 관할인 멕시코만(Gulf)에 선박을 띄워 '해상 병원'을 건립하자고 제안했다. 이렇게 하면 임신 중지 금지법을 시행한 △앨라배마주 △루이지애나주 △미시시피주△텍사스주 등 남부 주에 거주하는 여성들이 주 법을 어기지 않으면서도, 안전하게 임신중지 수술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권리가 제한된 주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창의적인 선택지를 만든 것"이라며 "법률 자문을 받아본 결과 주 법에 저촉되지 않으면서도 안전하고 합법적으로 임신 중지 수술을 진행할 수 있는 해상 구역이 있다"고 설명했다.
오트리 교수는 선상병원 건립을 위해 현재 비영리단체 '국가 법령에 의해 위협받는 여성의 재생산권 보호(PRROWESS)'를 통해 2,000만 달러를 목표로 기금을 모으고 있다.
모금이 이뤄지면 해상 병원은 남부 주에 거주하는 여성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텍사스주 해안에서 9마일(약 14.4km) △앨라배마주 △루이지애나주 △미시시피주 해안에서 3마일(약 4.8km)가량 떨어진 곳에 들어선다. 또 해상 병원에서는 자격을 갖춘 전문의들이 임신 중지 수술(14주 이내의 임산부 대상)과 성병 검사·치료, 피임법 등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오트리 교수는 "임신 중지를 금지한 남부 주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수술을 받기 위해 다른 주로 가는 것보다 해안 쪽으로 가는 것이 훨씬 가까울 것"이라며 "해상 병원으로 가는 비용이 다른 주로 가는 비행기 티켓 가격보다 훨씬 저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해상 병원은 아직 논의 단계로 구체적인 세부사항은 결정된 바 없다고 통신은 전했다. 오트리 교수는 "배를 어디서 진수할지, 또 여성이 어떻게 선상병원으로 이동하느냐 등 많은 세부 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